[영화제 소식]
더 사랑스럽게, 더 굳세게
2009-10-13
글 : 주성철
<밤과 안개> <존 라베>의 배우 장정초

19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여전히 혼란스런 중국사회를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상주의자 소녀로 등장했을 때, 그러니까 구창웨이의 <공작>(2005)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국제무대에 알려졌을 때 장정초는 공리와 장쯔이의 뒤를 잇는 중화권의 뉴 페이스로 떠올랐다(그러고 보면 공리와 장쯔이 모두 베를린을 통해 그 이름을 알렸다). 이후 <러시아워3>(2007)에 성룡이 보호하던 LA 중국 대사의 딸 ‘수영’으로 등장하면서 활동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영어가 서툴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병원에 있는 아빠를 보고 화내는 신을 오디션으로 연기했다. 바로 OK였다”며 웃는다. 당시 <러시아워3>의 수영을 보고 실제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3세 배우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남다른 애착을 읽을 수 있다.

피폐한 마약중독자 역할로 등장한 이동승 감독의 <문도>(2007)는 그녀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어쩌면 <밤과 안개>에서 보여준 절망적 연기도 그로부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밤과 안개>에서는 중국의 깡촌에서 성공을 꿈꾸며 홍콩으로 온 여자다. 그만큼 더 사랑에 목말랐고 부푼 꿈이 있었다. <문도>에서보다 더 사랑스럽고 강인한 여자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밤과 안개>는 단지 홍콩과 중국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민자들의 보편적 문제일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밤과 안개>는 물론 최근 <레드 리버>(2009)에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등장하는 등 그녀는 늘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있다. 중화권 선배들 중 장만옥을 가장 좋아한다며 그처럼 되기 위해 묵묵히 현재를 연기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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