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끝> At the End of Day Break
호유항/ 말레이시아, 홍콩, 한국|2009년|94분|아시아영화의 창
청춘은 늘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나 금방이라도 깨질 수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을 드러낼 부담이 없는 인터넷으로 몰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과 인터넷을 착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16살의 ‘잉’을 임신시킨 23살의 ‘툭’처럼 말이다. 미성년자인 딸의 임신에 분개한 잉의 부모님은 그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한다. 가난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자기 소유의 오토바이를 파는 것 뿐. 곤경에 처한 툭을 구하기 위해 그의 엄마는 주위에 돈을 구걸하러 다닌다.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방황. 새로울 것 없는 소재이지만 말레이시아 뉴웨이브의 기수 호유항 감독은 이야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법을 아는 듯하다. 그 비결은 촬영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바뀌어버릴 위기에 처한 툭과 갑자기 임신이라는 신세계를 접한 잉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카메라는 한 마디의 말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돈을 빌리러 다니는 엄마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어지럽게 뒤엉킨 툭이란 캐릭터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