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그녀처럼 따뜻하고 사려 깊게
2009-10-14
글 : 주성철
<안녕 할아버지> 지앙웬리 감독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부모가 투옥되자 소녀는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게 된다. 늘 외롭고 학교에서도 왕따인 그 소녀는 친구들을 따라 체조를 배우게 된다. ‘란’이라는 소녀의 성장과 문화혁명 시기를 겹쳐놓은 <안녕 할아버지>는 노스탤지어 가득한 시선의 사려 깊은 성장영화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뒤늦게 자신의 장편데뷔작을 내놓은 지앙웬리 감독은 “실제로 문화대혁명 당시 아버지가 투옥되면서 할아버지가 나를 키웠다”며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밝혔다. 할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과거 <변검>(1996)에 출연했던 대배우 ‘주슈’이기에 그 향수는 더하다.

<패왕별희>(1993)에 어린 장국영의 엄마로 출연하면서 데뷔한 지앙웬리는 이후 연기자로서 큰 인기를 끌었고, 남편이기도 한 구창웨이의 <입춘>(2007)으로는 로마국제영화제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 배우냐면, 드라마 <중국식 이혼>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 남자들이 꼽는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자’ 부문에서 해마다 젊은 여배우들과 경쟁하고 있을 정도다. 그처럼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배우인 그녀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을 표할만 하다. 그만큼 지앙웬리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절실한 기분으로 몇 년을 보냈다. 영화의 원제가 ‘우리 하늘에서 만나요(我們天上見)’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녀가 말하길 <안녕 할아버지>는 “그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애정을 담아 만든 동화 같은 영화”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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