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Herman
후세인 하산 / 이라크|2009년|84분 / 아시아영화의 창
“그녀는 물고기다. 내 물고기.” 물 속에서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헤르만과 아다르는 어쩔 줄 몰라한다. 이들은 보고 있어도 자꾸만 보고싶은, 진실한 연인이다. 드넓은 평원에서 흑염소를 함께 구경하고, 웃으며 뛰노는 영화의 초반부만 보면 영락없이 장밋빛 미래가 예상된다. 그런 달콤한 순간도 잠깐. 쿠르드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은 행복한 연인들을 갈라놓는다. 아다르는 헤르만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연인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장르의 수순을 밟는다. <헤르만>의 두 연인은 여느 멜로드라마 속 연인들이 그렇듯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다가도 또 엇갈린다. 다만 감독은 장르 안에서 담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한다. 고단한 피난 행렬에서 느껴지는 이라크의 현실, 임신했다는 이유로 삼촌으로부터 구타당하는 무슬림 사회 속 여성의 지위 등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연인들의 에피소드에 겹친다. 어느 순간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을 넘어 전쟁에 고통받는 민중의 생명까지 그려낸다. 황폐한 사막, 메마른 전장의 풍경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는 있는 아다르의 눈빛이 유독 빛나는 것도 이때다. 오직 강인한 의지만이 남아있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 감독이 왜 커플의 사랑을 그토록 애틋하게 그렸는지 잘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