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아이 엠 러브>는, 이를테면 루키아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에 대한 21세기 이탈리아의 대답이다. 귀족가문의 몰락을 다루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 엠 러브>는 그 옛날 전성기의 이탈리안 시네마처럼 우아하고 새로운 영상언어로 가득한 예술작품이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지난 2002년 <틸다 스윈튼: 러브 팩토리>라는 다큐멘타리를 함께 만들기도 했던)20년 지기 틸다 스윈튼과 이 영화를 완성하는 데 무려 11년의 세월을 바쳤다고 말한다. “이건 야심적인 영화다. 상업적인 의미가 아니라, 경계를 밀어붙인 복잡다단하고 드문 방식의 영화라는 의미에서다.” 그는 자신을 예술가로서 한 발짝 올려놓은 이 야심작으로 부산에 찾은 것을 “영광”이라고 표현한다. 공치사가 아니다. “<아이 엠 러브>는 이미 베니스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는 부산이 거의 처음이다. 게다가 나는 한국영화의 조류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좋은 영화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최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탈리안 시네마의 새로운 부흥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그에게 이건 ‘뉴웨이브’가 아니라 ‘리틀 웨이브’에 가깝다. 그는 지금 이탈리아 사회가 문화적으로 가난한 국가라고 말한다. “두뇌와 심장을 위한 양식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모라>나 <일 디보>같은 영화들도 일 년 동안 만들어지는 100편중 한두 편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탈리아 감독들은 완전히 고립되어 외롭게 일하다. 첫 번째 이유는 욕심, 두 번째 이유는 자만, 세 번째 이유는 관계맺음을 싫어하는 태도 때문이다. 나는 이탈리안 시네마 속에 속하고 싶지 않다. 영화의 국적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덧붙여야 겠다. 바로 그 이탈리안 시네마에 속하지 않으려는 몸짓과 예술적 야심으로 그는 진정 기념할만한 이탈리안 시네마를 만들어냈다. 아름다운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