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일본 정보부 장교와 정보부에 침투한 스파이의 대결 <바람의 소리>
2009-10-15
글 : 이주현

<바람의 소리> The Message
첸쿠오푸, 가오췬수 / 중국 / 2009년 / 120분 /폐막작

열네 번째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작으로 선정한 <바람의 소리>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일본 정보부 장교와 정보부에 침투한 스파이의 대결을 그린 전쟁 심리 스릴러 영화다. 얼핏 요약된 줄거리만으로는 <색, 계>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다만 <색, 계>가 일본 정보부 장교와 스파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갔다면 <바람의 소리>는 스파이를 색출해내기 위해 정보부 장교와 다섯 명의 요원들이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일전쟁이 태평양전쟁으로 번지고 중국 전역이 전쟁의 기운으로 가득하던 1942년, 중국 본토에서 지도자들이 연이어 암살당한다. 암살당한 지도자들은 일본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내세운 인물들. 일본 정보부는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함정을 판다. 가짜 암호에 걸린 5명의 정보부 내부요원은 감금당하고, 일본 정보부에서 특파된 엘리트 장교들은 이들을 차례로 심문한다. 음모와 배신으로 관계는 얽히고설키며 그 안에서 인물들은 우정을 시험받고 희생을 강요받는다. 대의명분 앞에서 고민한다. <바람의 소리>는 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 있는 개인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비춘다. 대만의 첸쿠오푸 감독과 중국의 가오췬수 감독은 각자의 장기를 살려 대중적이면서도 대담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대만에서 영화평론가, TV다큐멘터리 감독 등으로 활동했던 첸쿠오푸 감독은 <집결호> <비성물요> 등 펑 샤오강 감독의 작품에 제작과 기획으로 참여한 바 있고, 가오췬수 감독은 TV드라마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중국의 젊은 감독이다.

영화는 또한 배우들의 연기에 크게 빚지고 있다. 2008년에 한중문화교류 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돼 한국과 인연이 깊은 리빙빙, <화피> <야연>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던 저우신, 채림, 장나라 등 한국 여배우들과 호흡을 자주 맞췄던 소유붕, 조각미남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황효명 등 중화권의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캐릭터 속으로 완벽히 걸어 들어간 그들의 심리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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