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OpiumWar
세디그 바르막 / 아프가니스탄, 일본, 한국, 프랑스|2008년|90분|아시아영화의 창
탈레반 정권이 끝났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온 건 아니다. 황야로 뒤덮인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마을. 두 명의 미군, ‘돈’과 ‘조’가 조종하는 헬기가 추락한다. 이들이 떨어진 곳은 다름 아닌 양귀비 밭. 마을의 유일한 경제적 터전인 이곳에서 두 군인은 말도, 문화도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단 한 가지다. 마을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이 마을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재빨리 파악해야 하는 것. 즉 약삭빠른 염탐꾼이 되는 것이다.
감독은 철저하게 관찰자인 미군의 시선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처음에는 마을의 풍경이, 전쟁 중에 버려진 낡은 탱크가, 천으로 만든 공으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평화로워보이는 일상의 숨겨진 환부가 드러난다. 이웃에게 빚을 갚지 못해 양귀비 밭은 물론이고 딸까지 팔아야할지도 모르는 위기가 서서히 두 미군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본주의는 문명화되지 않은 이곳을 천천히 잠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탈레반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영화는 암시한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세디그 바르막 감독이 미군의 눈과 마음을 빌려 아프가니스탄의 현재를 얘기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