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썬데이>는 실제 1935년에 헝가리에서 발표된 노래다. 영화만큼 노래에 깃든 사연도 기구한데, 헝가리의 무명 작곡가 레조 세레스는 연인을 잃은 슬픔을 담아 이 노래를 만들었고, 놀랍게도 발표 8주 만에 187명이 자살했다는 일화가 있다. 전하기는, 발표 뒤 크게 성공한 작곡가조차 1968년에 고층빌딩에서 투신자살했다고 한다. 결국 이 노래에 악마성이 깃들었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여러 나라에서 금지곡이 되었다. 내 이야기이지만, 저간의 의미가 영향을 주는 까닭인지 몰라도 이 노래를 들으면 심하게 우울해졌던 경험이 있다. 지금도 상당히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글루미 썬데이>의 배경은 1933년, 나치의 유럽 공세가 임박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고풍스럽고 멋진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아름다운 아내 일로나와 남편 자보. 그는 가난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를 고용하는데 그는 음울하지만 기막힌 피아노 솜씨를 가졌다. 안드라스는 일로나에게 반해 몹시 괴로워하고, 결국 사랑을 얻게 된다. 남편 자보는 ‘당신을 잃느니 차라리 반쪽이라도 갖고 싶다’며, 두 사람이 한 여자를 공유하게 된다. 으흠, 꽤 쿨한 설정인데 당신이라면 쉽게 수긍할지 의문이긴 하다.
뜻밖에 여기에 독일인 사업가 한스가 엮인다. 그 역시 늘 이 식당을 찾다가 일로나에게 반한다. 그는 사랑을 고백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고 쓸쓸하게 독일로 떠난다. 기어코 나치 군단은 부다페스트를 점령하는데, 전쟁 중에도 애면글면 문을 열던 이 식당에 한 독일 장교가 찾아온다. 그는 바로 한스. 그는 유대인인 자보를 수용소행 기차에 태워버리고 일로나를 차지하려고 한다.
영화의 주무대인 식당은 전통적인 유럽의 클래식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북부, 독일, 동유럽의 오래된 식당들은 이런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양복을 입은 집사의 서비스를 받으며 전통적인 음식을 드는 것은 유럽인들에게 여전히 고급 취향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한스는 비프롤의 광팬으로 묘사되는데,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모는 것도 이 비프롤이다.
비프롤은 유럽의 전통적인 요리인데, 독일과 헝가리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즐겨 먹는 요리다. 대개 송아지 고기의 사태 부분을 쓴다. 사태를 잘 두들겨 곱게 편 뒤 안에 치즈와 채소 등속을 넣고 팬에 한번 구운 뒤 오븐에서 다시 익혀 내는 요리다. 영화에서는 매우 의미있게 다루어지면서 고급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처럼 비치지만, 가정에서도 즐겨 먹는 대중적인 요리의 하나일 뿐.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 안심이나 닭고기를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