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뉴욕] 소더버그, 새롭지가 않잖아
2009-10-28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맷 데이먼이 캐릭터를 위해 13.6kg이나 살을 찌웠다는 <인포먼트>는 1990년대 세계 농산물 시장에서 가격담합을 조장했던 대기업 AMD를 고발했으나, 자신 역시 수백달러를 착복한 혐의로 실형을 살게 된 마크 휘테이커라는 사람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맷 데이먼과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로 가까운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을 맡았고, 역시 이 시리즈에 함께 출연하고 소더버그와도 여러 차례 영화를 제작해온 조지 클루니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정신적인 불안정으로 FBI의 수사에 혼선을 빚게 하고 결국 자신의 비리까지 발각당하는 주인공 휘테이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전세계 대기업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보여준다. <인포먼트>는 로튼토마토에서 평균 76% 신선도를 받으며 진군 중이다. 그러나 모든 관객이 <인포먼트>를 즐기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소더버그의 열혈팬이지만 <인포먼트>는 별로였다는 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과 직업을 물어봐도 되나.
=대런 힌튼이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몇 개월 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뉴욕 오피스로 발령받아서 이주했다.

-이 영화를 보러 온 이유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을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일이 바쁘고, 관람료도 올라서 자주 못 봤다. 얼마 전에 개봉한 <체>나 <더 걸프렌드 엑스피어리언스> 등도 놓쳤다. 그래서 이번에는 극장에서 보려고 일부러 찾았다. 광고도 재미있어 보였고, 영화평도 좋아서.

-기대했던 것만큼 괜찮았나.
=아니 실망했다. 맷 데이먼이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촬영이나 편집, 음악도 다 괜찮았다. 그런데 솔직히 소더버그가 감독이라 그런지 더 많은 것을 기대했나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고, 더 감동적일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거지. 데이먼의 연기는 좋았지만, 캐릭터에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들었다. 영화 후반부에 다뤄지는 캐릭터의 정신적인 문제에 좀더 집중했더라면 연민을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오히려 다른 작품들과 거리감이 느껴졌나.
=음, 그렇지는 않다. <인포먼트>에서 보여주는 거짓말하고 부정거래를 하는 대기업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않나. 관객으로서 새롭게 얻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무리 비리를 고발하고,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해도 페라리와 포르셰를 여러 대 굴리는 사람을 가엾게 보기는 힘들지 않나. 난 노동계급 출신이라 더 그렇기도 하고.

-영화에 연기파 배우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대거 출연했는데, 이들은 어땠나.
=다들 좋은 연기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뭐랄까, 캐릭터로 발전하지 못한 캐리커처 같다고나 할까.

-당신은 정말 만족시키기 어려운 ‘터프한 관객’인 것 같다.
=(웃음) 아니다. <인포먼트>가 못 만든 영화라는 것이 아니다. 개봉 중인 다른 영화들보다는 훨씬 나은 영화일 것이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내가 잘못이지. (웃음).

-마지막으로 소더버그 감독의 팬이라고 했는데, 그럼 그의 어떤 영화가 좋았나.
=<영국인>(1999)과 <리틀 킹>(1993)은 정말 잘된 영화잖나. <영국인>은 큰 부분이 편집 때문이었지만, 테렌스 스탬프의 실제 인생을 보고 느낄 만한 작품이었다. 필름누아르로 약간 꿈같은 느낌도 좋았고. <리틀 킹>은 성장기 영화여서 공감이 가는 작품이었다. 물론 내가 대공황을 경험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웃음) 영상도 무척 아름다웠다. 지금처럼 디지털카메라가 잡을 수 없는 빛의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카프카>(1991)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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