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관람자: 이강국, 이공현 등 헌법재판관 및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한양석
10월28일과 29일은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10월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 기소를 받아들이며, 용산 철거민 7인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기록 3천여쪽의 비공개 방침에는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검찰쪽 주장만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듯한 이상한 판결이었다. 10월29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22일 국회의 신문법 및 방송법 개정안 처리 절차에 대한 권한 쟁의 심판 결과를 발표했다. 처리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안의 가결 선포는 ‘유효’란다.
두 결과 모두, 삼권분립에 기초한 사법부의 역할의 근간 자체를 의심케 하는 ‘정치적 쇼’에 다름 아니었다. 검찰이 기록을 숨기는 이유도, 한나라당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도 다 알겠지만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거 ‘뻗대지’ 말라는 엄포인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자멸하듯 만든 광기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가 떠올랐던 건 순전히 그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젊은 여성 잔느는 안온한 중산층의 삶을 뒤흔드는 낯선 남자의 열정에 사로잡혔다가, 어느 순간 그의 불온한 본성에 위협을 느낀다. 결국 그를 쏘아죽인 다음에는 이렇게 변명한다. “난 저 사람을 몰라. 저 사람이 날 쫓아와서 겁탈하려고 했어. 난 모르는 사람이야. 모른다고.” 아니에요. 당신들 모두,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