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잭슨의 모든 것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2009-11-04
글 : 이화정

synopsis
‘디스 이즈 잇’은 2009년 7월, 런던을 시작으로 전세계 50일간 예정됐던 마이클 잭슨의 네 번째 월드 투어의 공식 명칭이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하 <디스 이즈 잇>)은 지난 6월, 사망 며칠 전까지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진행된 공연 리허설 영상 모음집. 마이클 잭슨의 개인 소장용과 콘서트용으로 촬영된 영상이 포함된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구성하는 디렉터의 모습부터 뮤지션으로서 잭슨의 완벽하고 치밀한 모습까지 모두 담긴다.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말자’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이 담은 영화 <디스 이즈 잇>의 전 세계 2주 개봉을 앞두고 이 작품은 의문을 남기고 죽은 잭슨처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팬들의 사정은 이렇다. 이 영상이 리허설 당시 고통을 호소하던 잭슨을 부추겨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한 공연 프로모터 AEG가 진실을 은폐하고 만든 영화라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팬들의 성정이야 지극하지만 일단 이 영상을 보고나면 은폐설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잭슨이 죽기 전 마지막 월드투어를 앞두고 준비한 공연 리허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잭슨의 모든 것이다.

<디스 이즈 잇>에는 ‘팝의 황제’로 잭슨의 영광을 회상할, 혹은 그의 추문을 파헤칠 어떤 푸티지도 삽입되지 않는다. 화려한 무대에서의 공연과 팬들의 환호가 들어찰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무대를 준비하는 잭슨의 열정적인 모습뿐이다. 그는 대형 공연을 앞두고 한시도 조바심을 늦추지 않는 공연 디렉터이자, 자신의 음악을 적극 이해하고 음악감독까지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줄 아는 천재적인 아티스트이며 팬들을 위해서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스타로 기록된다. <Wanna Be Startin> <Somethin> <Jam> <Beat it> <Black or White> <Man in the Mirror> 같은 눈과 귀로 익혔던 잭슨의 대표곡들은 공연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과 함께 소름끼치는 전율로 다가온다. 111분의 공연 준비과정은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콘서트 실황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짜릿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실행되지 못한 미완성의 퍼포먼스다. 3D 영상으로 제작된 <Thriller>와 흑백 갱스터영화 속으로 잭슨이 직접 들어간 효과를 보여줄 <Smooth Criminal> 무대 위로 거대 불도저가 등장할 <Earth Song> 등 압도적이고 화려한 공연장면은 결국 무대에서 재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선물은 뜻밖의 것이었다. 스탭들에게 잘못을 지적을 하고선 “화내는 거 아니야, With L.O.V.E”라고 달래거나, 성량껏 노래를 부르지 않고선 “목을 보호하려고 살살 부르는 거뿐이야”라며 애교를 떤다거나, “이래서 리허설이 필요해”라며 만족하는 모습, <Dangerous> <History> 월드 투어를 함께 진행한 20년 지기 동료 케니 올테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장면들은 조명 뒤 가려진 그의 인간적인 면모다. 대형 공연을 준비하는 프로가 내뱉는 진솔함에 그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이 장면들은 <디스 이즈 잇>의 감상적인 부분으로 자리한다.

함께 공연을 준비했던 스탭들이 증언하는 잭슨의 창의력과 감수성, 천재적인 뮤지션에 대한 찬사와 경배는 이 영상이 주는 덤에 불과하다. 굳이 그들의 인터뷰 증언이 없어도 <This is it>이 울려 퍼지는 동안 영화는 공연으로, 극장은 무대로 뒤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를 향한 박수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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