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이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제작이스트필름)를 찍는다.
2년여 만이다. <초록물고기>와<박하사탕>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신작 소식을 손꼽아 기다려 왔었다.
<오아시스>는 감옥에서 막 출소한 사회부적응자 종두(설경구)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와의 사랑을 그린다. 평범한 멜로 영화라고는 보기에는 상황이 좀 처절하다.
"<박하사탕>을 찍으면서 솔직히 지겨웠다. 이 영화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난 `꿈 깨'라고 말한다. <오아시스>는 그냥 사랑 이야기다. 가능한 군더더기 없이 두 남녀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특별한 계기가 뭐 있었겠나. 예전부터 사랑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고,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은 내적 욕망이 있었다. 또 처절함 속에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은 주변에서 자신의 영화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취화선> <생활의 발견>과 함께 내년 칸영화제를 겨냥한 작품이라는 벌써부터 떠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 영화제에 나가려고 했으면 멜로 영화를 찍으려고 했겠는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띠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내 역량 밖이다. 난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서로 힘들게 하는 것, 그리고관객이 원하지않더라도 감독이 먼저 말문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 바로 소통이 아니겠는가."
새 천년을 맞아 모두가 들떠있던 지난 해 1월, 과거와 역사를 반추하는 이야기로 감동을 줬던 <박하사탕>팀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다들 각오가 대단하다. 이제는 대배우로 자리매김한 설경구가 한 달 동안 몸무게를 18㎏ 가량 감량하면서 `앙상한 남자' 종두로 변신했고, <박하사탕>에서 설경구의 첫사랑이었던 문소리도 `진짜 장애인이 돼야한다'는 각오로 지난 6개월 동안 장애인들과 동고동락했다.
제목 <오아시스>는 말 그대로 사막 가운데에 솟아오른 샘이자 인생의 위안이 되는 것을 뜻한다고. 사회와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남자 종두와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자 공주는 서로에게 오아시스가 된다.
오는 12일에 크랭크인 해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 6월 개봉해 월드컵 관객과 맞서겠다는 두둑한 배짱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