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베이징] 오, 중국판 애거서 크리스티!
2009-11-11
글 : 안재민 (베이징 통신원)

<바람의 소리>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추석과 건국 60주년을 맞은 국경절이 겹쳐 예년에 비해 더욱 특별했던 연휴 기간 동안 <바람의 소리>는 1억7천만위안의 흥행 수입을 거두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항일전쟁 당시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거짓 암호를 흘린 일본군과 정체를 숨기고 빠져나가려는 공산당 스파이간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중국 관객에게 애국심 고취와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같은 기간 개봉한 굵직굵직한 경쟁작들을 따돌리고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들려오던 연휴의 마지막 날 베이징 시내의 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러온 지앙닝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
=스물여덟살로, 학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친다.

-혹시 전에 연기를 했었나.
=베이징 필름아카데미에서 연기를 공부했고 몇몇 영화에 출연도 했었지만, 지금은 후배 양성에 더 힘을 쏟는 중이다. (웃음)

-연휴는 어떻게 보냈나.
=특별히 보냈다기보다는 며칠 동안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가, 오늘은 친구와 쇼핑할 겸 놀러나왔다.

-<바람의 소리>를 선택한 이유는.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다. 사진 속 배우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습이, 마치 무언가 저마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어땠나.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릴러영화다. 스파이가 나오는 영화라고 해서 그저 액션이나 폭파장면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폐쇄된 공간에서 배우의 연기로 이끌어가는 영화였다. 어렸을 때 봤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억지로 영웅주의로 가는 것만 빼면….

-어떤 장면을 가장 인상 깊게 봤나.
=주신이 리빙빙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실 영화에서 처음으로 스파이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장면인데, 이미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배우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본인도 연기를 했다고 했는데, 영화 속 배우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잘 어우러진 것 같다. 리빙빙은 연기 폭이 더 깊어진 것 같고, 소유붕도 연기 변신을 확실히 하려고 한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왕즈원의 연기가 너무 평범해진 것 같아 아쉽다. 10년 전쯤에 중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배우였는데, 지금은 뭔가 속에서 빠져나간 것처럼 연기가 밋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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