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 기자 시절, 감독들에게 ‘왜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았냐’고 물은 적이 꽤 있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러닝타임 때문에, 찍다보니 마음에 안 들어서, 제작비 때문에 등등. 하지만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 “내 시나리오는 영화를 다 찍고나면 완성된다”는 임권택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영상의 형태로 살아남기 때문이다. <마더>의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함께 묶어놓은 이 책에서 봉준호 감독이 적은 것처럼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는 “영화가 완성되는 순간… 소멸”되며 감독 입장에서는 “막상 그것을 들고 촬영현장에 섰을 때, 어떻게 그것에서 벗어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 책을 낸 이유는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그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미세한 차이와 틈새를 기억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어쩌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꼭 필요했지만 그와 동시에 존재 의의를 잃어버리는 그들에 대한 송가 같은 건지도 모른다. 만약 이 책을 보고 <마더>를 다시 본다면 무수한 장면들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엔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해석까지 주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상상할 수는 있다. 비교해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감독 지망생이 아니어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만화 그리기 실력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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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이야기> 스토리 보드 봉준호, 시나리오 박은교, 봉준호/ 마음산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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