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클래식이 울려퍼지면서 식당 뒤뜰에서 요리 재료를 다듬는 주인공 그레고르를 카메라가 비춘다. 거대한 몸집과 두툼한 손은 투박해 보이지만, 예민한 눈빛은 그가 여느 한갓진 유럽 시골 요리사가 아님을 말해준다. 예술가는 고독한 법. 그는 조수도 없이 혼자 일하며, 오직 홀을 담당하는 급사조차 말없는 농아다. 그의 식당에는 정적이 흐르며, 오직 예술적인 기운이 가득 차 있다.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테이블 세개짜리 고급 식당을 경영하는 오너 셰프 그레고르. 일인당 300유로를 받는 최고급 요리지만, 몇달치 예약이 꽉 차 있을 만큼 인기다. 그의 요리는 ‘에로틱 쿠킹’이라는 별칭을 받고 있는데, 요리의 관능미를 접시에 기막히게 구현하는 천재적 작품이다. 그는 우연히 시내의 카페에서 여급으로 일하는 여주인공 에덴을 알게 된다. 남편과 무미건조한 사이인 에덴은 그레고르의 부엌에서 그의 음식을 맛보곤 감동에 빠져든다. 그 뒤 목요일만 되면 그의 부엌에 찾아와 음식을 나누고, 교분을 쌓아간다. 에덴의 남편은 둘 사이를 의심한다. 질투에 사로잡힌 그는 그레고르에게 마을을 떠나줄 것을 요청한다.
<에덴>(Eden, 2006)은 <바베트의 만찬> <음식남녀>와 함께 3대 요리영화의 반열에 올려놓을 만한 걸작이다. 영화 초반, 그레고르가 오리털을 뜯는 장면과 그레고르의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끼리 그 기막힌 맛에 탄식과 함께 말없이 감동의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은 <바베트의 만찬>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그레고르가 자신의 뚱뚱한 배는 동생을 가졌던 엄마의 아름다운 배를 닮고 싶었던 욕망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이나 절정이 두배가 되는 초콜릿(그렇다면 요힘빈 초콜릿?)이 등장하는 등의 창의적인 유머도 번뜩인다. 유럽영화다운, 연극적인 구성과 예상을 비트는 창의적인 결말까지 한편의 잘 짜인 드라마가 완성된다. 쌉싸름하고 관능적인 초콜릿처럼 오래도록 미각에 남을 영화다. 그레고르의 눈빛과 섬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카메라를 쭉 따라가며 보는 게 감상의 포인트가 될 듯. 그레고르의 뚱뚱한 손이 얼마나 섬세하게 요리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맞아. 저런 손이 진짜 요리사의 손이야’ 할 만큼 입맛이 돈다.
요리에 관한 가장 철학적인 사유를 담은 영화이기도 한데, 미카엘 호프만 감독은 그걸 굳이 감추지 않는다.
“호모사피엔스가 불을 발견하며 요리는 시작되었다. 요리는 철학과 화학 물리학의 어머니이며, 동굴벽화보다 더 오래된 인류 최초의 예술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