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홈스의 진짜 문제점은 ‘드라마’
2009-12-30
글 : 데릭 엘리 (<버라이어티> 수석국제평론가)

나는 <셜록 홈즈>를 보았다. 정정한다. 나는 의사 친구와 팀을 이룬 빅토리아 런던의 사립탐정에 대한 모험액션영화를 보았다. 아서 코난 도일의 전설적인 소설 주인공과 많이 닮았음에도 그는 그저 평범한 ‘존 스미스’라 불러야 할 것이다. ‘셜록 홈스’는 시장성이 있지만 ‘존 스미스’가 시장에서 팔릴 리 없다.

할리우드는 다른 나라의 역사나 예술적 자원을 영화로 만들면서도 그 나라의 전통이나 문학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할리우드는 미국 혁명의 기본 철학을 반영한다. 전통은 기본적으로 가능성을 제한한다. 따라서 모든 것은 그 밑바탕부터 새롭게 사유되어야 한다. 2차대전 이전 유럽 이민자들이 할리우드의 주류였을 때, 할리우드는 유럽 문화를 사랑하고 깊은 존경심을 보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미국 본토박이들이 할리우드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미국적 가치는 더욱 강고해졌다.

영화로 만들어진 가장 유명한 홈스 역은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바실 레스본이 연기한 홈스다. 그는 1939년부터 1946년까지, 처음에는 이십세기 폭스사, 그 다음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작한 홈스 영화에 출연했다. 그 이후로 이 유명한 탐정의 인생을 다른 각도로 본, 빌리 와일더의 <셜록 홈스의 미공개 파일>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피라미드의 공포>가 가장 유명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셜록 홈즈>와 마찬가지로, 코난 도일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기본적으로 이미 유명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재조명했다.

이번 영화 <셜록 홈즈>는 영국 감독 가이 리치(<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감독했음에도 미국인들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미국 관객용이다. 셜록 홈스의 진짜배기 팬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빅토리아 런던에서 역동적이고 잘 꾸며낸 리치 감독의 액션신이, 거대한 폭발과 특수효과로 치장된 조엘 실버(<리쎌웨폰> <다이 하드>)의 제작품이다.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영화가 제대로기만 하면 무슨 상관인가? 할리우드 규칙이 그러하고, 누군가는 논하길 그게 바로 다른 영화산업과 차별되는 할리우드의 강점일 수도 있다. 전통은 가능성을 제한하므로 모든 것은 새롭게 사유되고 재발명될 수 있다. 셜록 홈스도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전통 따위는 어떻든 상관없다.

<셜록 홈즈>의 문제는 제대로 된 드라마가 없다는 점이다.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와 <엘리펀트 맨>을 섞어놓은 듯함에도 프로덕션디자인은 출중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영국 악센트도 제법 괜찮고 주드 로는 닥터 왓슨으로 괜찮은 편이다. 또한 시나리오는 제법 충실하게 홈스의 특이한 습성들을 다룬다(잘 씻지 않는 습관, 잘 들뜨고 한번 들뜨면 계속 들떠 있는 점, 변장을 좋아하는 점, 여성에게 냉정한 점, 싸움을 좋아하는 것). 그러나 영화는 홈스를 존경하기보다 홈스를 파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홈스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프로덕션디자인과 스펙터클한 시각효과에 끌려다닐 뿐이다.

대부분의 조엘 실버 작품들처럼 이 영화에서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 홈스와 왓슨의 우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스크린에서 그것을 느낄 수 없다. 이 영화는 진정한 유머감각이 없는 반토막 코미디영화다. <아바타>를 제외하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볼 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가 없다. 8천만달러의 예산을 들였으니, <셜록 홈즈>는 그 어마어마한 공상과학영화의 5분의 1 정도의 예산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절반만의 예산으로도, 폭발과 프로덕션디자인에 드는 예산을 확 줄여서도, <셜록 홈즈>는 훨씬 더 좋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코난 도일과 아무 상관없이도 말이다.

번역 이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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