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3D 시장성을 확인한 2009년
2010-01-04
글 : 강병진

지난 12월26일, 서울 광진구의 어느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꽤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극장을 볼 수 있었다. 매진을 알리는 표시가 매표소 전광판에 가득 차 있었다. 대기번호 출력기 버튼을 누르니, 대기인 수 27명이라고 찍혀 나왔다. 무려 3일이나 되는 연휴였고, 심지어 크리스마스였다. 하루는 술 마시고, 하루는 집에서 쉬더라도 남은 하루는 나가야만 했을 것이다. 동네 멀티플렉스를 찾는 발길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연휴의 효과는 데이터로도 드러났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아바타>가 연휴 동안 불러모은 관객은 약 160만명, 2위인 <전우치>는 130만명을 기록했다. 두편의 영화만으로 약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결과를 두고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2003년 연말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이하 <반지의 제왕3>)과 <실미도>와 <색즉시공>이 연달아 개봉했다. 그때처럼 지금도 영화쪽으로 분위기가 몰리고 있다. <나인>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CJ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도 “지난해 연말과 비교할 때, 20% 정도는 관객 수가 늘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극장을 채운 관객의 대부분이 예년처럼 크리스마스를 맞은 연인 관객이 아니라 가족 관객이었다는 점도 이번 연말의 특징이다. 2003년 연말에는 <러브 액츄얼리>도 개봉했다. 그 이후로 해마다 <러브 액츄얼리>를 벤치마킹한 멜로영화들이 연말에 포진되곤 했다. 이번 연말에 볼 수 있는 멜로영화라면 <뉴문> 정도가 될까? 로맨틱코미디 대신 상영된 영화들은 <포켓 몬스터 DP: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 <앨빈과 슈퍼밴드2> <극장판 파워 레인저: 엔진포스 VS 와일드 스피릿> 등이었다.

물론 이번 박스오피스의 일등공신은 <아바타>다. 연휴 동안의 흥행세를 본 영화 관계자들 중에는 <아바타>의 1천만 관객 달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김형호 실장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능가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1천만명을 내다보는 건 어렵다”고 분석했다. “2003년에도 처음에는 <반지의 제왕3>의 기세가 <실미도>를 앞질렀다. 하지만 결국 1천만명을 달성한 건 <실미도>였다. 크게 몰아쳤다가 다시 확 빠지는 게 외화들의 흥행 특징이다.”

향후 3D상영 인프라의 증가도 예견되는 부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뿐만 아니라 중소규모의 극장들까지 3D상영관을 늘리는 계획을 타진한다는 건 꽤 의미심장한 흐름이다. 김형호 실장은 “이제 서울극장이나 대한극장도 3D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극장은 이미 1년 전, 3D상영시스템을 갖췄지만 이번 연말을 맞아 옥외광고로 3D런칭을 알렸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런칭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예상도 당연하다. 이상규 팀장에 따르면, CGV가 현재 운영 중인 3D상영관은 약 80개다. 그중에서 40개관이 2009년 한해 동안 늘어난 양이다. “한해 2, 3편 정도가 나왔던 2008년까지만 해도 3D영화는 틈새시장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0편 정도가 나왔고, 내년에는 20편이 넘는 3D영화가 나올 예정이다. <아바타>는 이제 3D영화도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CGV는 내년까지 전체 스크린의 30%를 3D상영관으로 채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 극장관계자는 “2009년이 여러모로 많은 교훈을 준 것 같다”고 회고했다. 독립영화도 300만명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 한국에서 만든 재난영화도 1천만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해였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3D영화의 시장성까지 보았다. 한국에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지도 벌써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극장이나 제작자들이나 이제는 또 다른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경험한 한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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