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흥행 폭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는 만족할 만한 흥행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한국과 달리 비평가나 관객의 평가도 그리 나쁘지 않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에 빠져든 덕일까. 지난해 성탄절 이브, 샌타모니카의 AMC 극장에서 <셜록 홈즈>를 보고 나오는 소니 요겐슨을 만나서 영화에 대해 잠시 물었다. 그녀는 스웨덴 출신의 시나리오작가란다.
-성탄절 이브라서 그런지 극장이 관객으로 가득하다.
=미리 예매하지 않았더라면 못 봤을지도 모른다. 좌석 배정이 없는 극장이라서 영화 시작하기 40분 전에 와서 줄을 섰다. 사실 이브에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스웨덴에서는 성탄절 이브가 성탄절보다 큰 의미를 갖기에 이브에는 모든 극장이 다 문을 닫는다. 성탄절 이브는 조용히 가족과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는 분위기라고 할까. 그런데 미국에서는 성탄절 이브에 다들 극장을 찾는 것 같다.
-<셜록 홈즈>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뭔가.
=어릴 적부터 셜록 홈스의 팬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영화화된다고 하기에 ‘와아’ 했다가 감독이 가이 리치라고 하기에 ‘에이’ 하고 김이 확 샜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이래서 꽉 봐야지 하고 온 것이다.
-가이 리치 감독이어서 내키지 않았다니….
=스튜디오에서 가이 리치를 감독으로 내세운 이유는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을 보라. 가이 리치 감독이야말로 <트랜스포머> 등에 열광하는 10~20대 남자 관객을 보장해주니까. 나야 셜록 홈스 팬이었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셜록 홈스는 구식으로 느껴지지 않겠나. 그런 다소 구식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채색할 수 있는 감독으로 가이 리치는 안전한 선택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런 선택이 흥미롭게도 전혀 현대적이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관통하는 어떤 감정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였나. 영화가 좀 길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땠나.
=그야 언제나 훌륭하다. (웃음) 그리고 홈스과 왓슨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왠지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언맨>을 보면서도 느꼈었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즉흥연기를 많이 하는 배우이다. 그래서 멋진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내는 반면에 그의 그 반짝이는 연기에 가려 왠지 시나리오에 있었을 어떤 이야기의 흐름이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 빠져버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시나리오를 읽거나 촬영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 그에 대한 인터뷰를 읽거나 Q&A에서 받은 인상이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시나리오작가에게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쁜 배우일 수도 있겠다.
=꼭 그렇게만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시나리오작가가 아무리 해도 답을 찾아내지 못했던 장면을 연기를 통해 완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 스타일의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는 그런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배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