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올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 일등 공신으로 인정해야겠군요. 블록버스터영화가 후보작으로 오를 경우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기록이 있죠. 네, 12년 전 11개 부문을 수상했던 <타이타닉> 수상 당시가 그랬습니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작품상, 감독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 등 무려 9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면서 당시의 화려함을 재현할 조짐입니다. <아바타>와 함께 최다후보작에 오른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감독과 한때 부부였단 사실도 작품 외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카메론 감독, 시상식에 이런 드라마까지 제공하시다니요.
최우수작품상 후보는 이 두 감독의 작품을 포함해 <인 디 에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업> <디스트릭트9> 등 총 10편에 달합니다. 1940년대 이후 후보작이 쭉 다섯편 체제였던 걸 감안한다면 최근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넓히며 다양해진 장르를 포섭하려는 아카데미의 시도가 이곳에서도 드러난다고 해야겠죠.
감독상 경합은 카메론과 비글로를 포함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프레셔스>의 리 대니얼스, <인 디 에어>의 제이슨 라이트먼 등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12년 전 <타이타닉> 때 ‘아임 킹 오브 월드’를 외쳤던 카메론의 수상소감 리바이벌이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겠군요. 아카데미의 전초전인 골든글로브의 영광은 카메론에게 돌아갔지만, 수상은 앞서 아카데미와 직결된다고 알려진 미국프로듀서조합(PGA)상을 수상한 비글로 감독이 아니겠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는 <블라인드 사이드>의 샌드라 불럭과 <줄리&줄리아>의 메릴 스트립입니다. 오랜만의 전성기를 맞이한 샌드라 불럭의 재기냐, 16번으로 아카데미 역대 최다후보상에 오른 스트립의 건재냐의 각축전입니다. 남우주연상은 <허트 로커>의 제레미 러너를 비롯해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와 <인 디 에어>의 조지 클루니, <싱글맨>의 콜린 퍼스가 올랐습니다. 실사냐 애니메이션이냐를 놓고 논쟁이 붙은 <아바타>의 배우들은 영화의 영광과는 무관하게 남녀 주연상 어디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군요. 안 그래도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다’라며 거센 불만을 표출했다고 합니다. 82회 시상식은 스티브 마틴과 알렉 볼드윈의 진행으로 3월7일 LA 코닥 시어터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