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서준영] 연기를 위해선 각서쯤이야
2010-02-25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회오리바람>의 서준영

“담배는 피우니? 주량은 얼마나 돼? 집은 어디야?” <회오리바람>의 장건재 감독은 서준영에게 “쓸데없는 얘기”만 10분쯤 물어보고는 다음에 또 보자고 했단다. 누구는 기를 쓰고 오디션에 참여한다는데, 서준영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회오리바람>의 주인공 태훈 역을 거머쥐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나를 보자마자 (태훈 역으로) 결정했대요. 연기자답지 않게 생겼다나. (웃음)”

<회오리바람>의 고등학생 태훈은 집에 연락도 없이 여자친구와 100일 기념 여행을 떠나고, 그 일로 여자친구 부모님께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시는 여자친구를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낸다. 공부도 재미없고, 학교생활도 재미없고, 돈이나 벌었으면 좋겠다 싶어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월급을 탈탈 털어 여자친구에게 목걸이를 선물한다. “태훈은 누가 봐도 찌질한 고등학생이에요. 영화 찍는 내내 그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장 감독님은 ‘가장 평범한 고등학생의 가장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는 가장 평범한 영화’라고 말하는데 실은 그게 평범한 생활은 아니죠. 일탈이니까.”

태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태훈의 옷을 입을 수 있었던 건 서준영 역시 열여덟, 그 철없고 반항심 가득한 사춘기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스스로 금기시했고, 담배는 조금 일찍 피웠고, 대학에는 관심이 없었다. “집안이 매우 엄해요. 아버지는 절대 권력자세요. 연기하겠다고 딱 한번 대들어봤어요. 대학에 대한 갈망은 딱히 없었는데 부모님께서 원했어요. 연기 시작할 때 각서를 한장 썼는데, 여러 가지 약속 중 하나가 대학에 꼭 가겠다는 거였죠. 여자친구는 늦게 알았고요.” 태훈처럼 무턱대고 돌진하는 첫사랑 경험은 없었다고 한다. 물론 고등학생 시절에 없었다는 얘기다.

서준영은 <회오리바람>으로 잊지 못할 순간들도 맞이했다. 밴쿠버영화제에 초청받아 난생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2009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선 독립스타상도 수상했다. 그동안은 <반올림3> <하늘만큼 땅만큼> <깍두기> <대왕세종> 등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해왔지만 앞으로는 영화와 인연을 더 쌓을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힌다. 현재 독립장편영화 <파수꾼>에 캐스팅 돼 촬영 중이다. 이번에는 철든 고등학생 역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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