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영화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일단 영국에선 극장쪽이 기선제압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영국 최대의 극장 체인을 보유한 오데온이 디즈니가 제작한 팀 버튼의 3D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은 영국의 오데온 극장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에 있는 그들의 극장 체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네요. 영국과 아일랜드에만 100여개가 넘는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오데온이니, 디즈니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오데온이 이처럼 열을 올리며 디즈니 영화를 보이콧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디즈니의 DVD 발매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디즈니는 보통 극장 상영으로부터 17주가 지난 뒤에야 DVD를 출시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DVD만큼은 불법 복제가 널리 퍼지는 걸 막기 위해 개봉 12주 뒤 발매하겠다는 것이죠. 좀더 많은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길 원하는 오데온의 입장에서는 디즈니의 이른 DVD 출시가 별로 달가운 소식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오데온이 정말로 걱정하는 건 디즈니가 앞당긴 DVD 발매일이 다른 영화사들에 일종의 선례처럼 비쳐지는 것입니다. DVD가 일찍 발매되면 영화의 극장 개봉 기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3D 영화상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한 영국 극장들의 영업수익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모든 극장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이콧을 선언한 오데온의 기조를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데온 다음으로 많은 극장 체인을 가지고 있는 시네월드와 뷰는 처음엔 보이콧을 선언하는 듯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그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시네월드쪽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3D 영화를 이끌어가는 우리로서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놓치고 싶진 않다”나요. 경쟁사 극장이 보이콧에 열 올리는 동안 관객이라도 더 끌어보려는 심산일까요. 말도 많고 논란도 많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3월5일, 영국 전역에서 2D와 3D로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