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 5일 오후 2시
장소 CGV 왕십리
이 영화
대서양에 고립된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마크 러팔로)와 함께 셔터 아일랜드로 향한다. 테디는 수사를 위해 의사,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꾸며낸 듯한 말만 하는터라 수사가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 설상가상 폭풍이 불어닥쳐 테디와 척은 섬에 고립되게 되고, 점점 테디 주변에서는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100자평
이제 '스콜세지와 디카프리오'의 작업은 과거 '스콜세지와 드니로'의 만남 못지 않은 세계를 이루고 있다. 단순히 원작의 영화화 이상으로 <셔터 아일랜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단 얘기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영화 속에서 자신만의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미성숙한 단계로 남아있는 디카프리오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꽤 의미심장한 일이다. 다시 한번 유보된 디카프리오의 '아버지 되기'를 대입시켜 이 영화를 읽는다면 원작과 무관하게 꽤 흥미로운 텍스트가 될 것 같다.
주성철 <씨네21>기자스코시즈는 고전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릴러를 만들겠다 작정을 한 모양이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히치콕 스릴러를 보는 듯 한 착시 현상이 벌어진다. 테크니컬러풍의 근사한 색감은 물론, 몇몇 장면은 심지어 매트 페인팅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다. 아주 근사하다. 문제는 무시무시한 배경, 음침한 이야기, 혼을 빼놓을만한 반전을 모두 갖추고도 장르적인 재미나 영화적 감흥이 도무지 절정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큐브릭의 <샤이닝>과 비교하는 것 같던데, 어찌보면 맞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미학적으로는 굉장하지만 진정한 장르적 즐거움은 부족한 ‘거장의 장르영화’들.
김도훈 <씨네21>기자걸작 소설의 복원으로는 만족스럽다. <셔터 아일랜드>는 원작 소설인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에 대한 충실한 반영이다. 로버트 리차드슨의 촬영은 원작의 음산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이야기 직조 능력도 이만하면 괜찮다 싶다. (원작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던 미스터리한 사건들 중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고, 취한 이야기들을 꽤 깔끔하게 정리해냈다. 전반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묵직하고 절제된, 품격 있는 스릴러다. 문제는 여기에서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에는 관객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만한 통로가 차단되어 있다. 강조해도 될 부분에서조차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서스펜스적인 재미가 줄어들고, 한없이 늘어지는 느낌이다. 개봉 전부터 히치콕의 <현기증>과 큐브릭의 <샤이닝>에 자주 비교되어왔던 작품인데, 이러한 걸작이 되기엔 영화적 아우라와 에너지가 다소 부족하다.
장영엽 <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