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dvd] 주드 애파토우와 애덤 샌들러의 인생극장
2010-03-12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퍼니 피플> Funny People

2009년 감독 주드 애파토우 상영시간 146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음질 ★★★☆ 부록 ★★★

주드 애파토우 사단의 영화 한편이 한국시장에서 또다시 홈비디오로 직행했다. 미국에서의 열광이 다른 나라에선 영 안 통하나보다. 덕분에 이 코너가 애파토우 영화의 리뷰로 넘쳐난다. 자주 애파토우라는 이름을 거론했기에 그가 여러 편의 영화를 연출한 것으로 착각할 법하지만, 정작 장편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그의 영악함은, 악취미의 코미디는 동료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드라마에 기반을 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진지한 코미디를 연출하는 데 있다. 영화로 치면 그는 코미디보다 드라마형에 가까운 인간이다. 대다수 영화가 관객의 입맛에 맞추느라 혈안인 지금, 그가 아니면 누가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까지 끌어들여 150분짜리 코미디영화를 호기롭게 만들 수 있을까 싶다.

조지 시몬스(애덤 샌들러)는 성공한 코미디언이다. 출연을 요청하는 각본이 수없이 밀려 있고, 사람들은 어디서나 그를 알아보고 인사한다. 요즘 부쩍 몸이 안 좋아진 그는 검사 결과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문득 의사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친밀한 자들과 나누는 행복을, 그는 누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랜만에 코미디 클럽을 찾은 그는 한 신인의 연기를 보게 된다. 마트의 샐러드 코너 담당인 아이라(세스 로건)는 클럽에 와선 무보수로 연기하는 남자다. 관객은 아이라의 연기에 별 관심이 없지만, 그는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태어났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조지가 아이라에게 대본을 부탁하면서 위기를 맞은 정상의 코미디언과 구제불능의 밑바닥 코미디언은 예기치 못한 관계를 맺는다.

무명 시절에 함께 스탠드업 코미디를 연기했던 애파토우와 애덤 샌들러가 감독과 배우로 재회한 <퍼니 피플>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다(도입부의 비디오 영상은 당시의 실제 기록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세계는 전장과 진배없다. 동료와의 치열한 경쟁보다 무섭고 두려운 건 언제나 웃음을 기대하는 관객이다. 속마음이 분노로 들끓고 슬픔이 가득하며 외로움이 밀어닥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관객이 웃고 박수를 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배우와 관객의 전투를 실감나게 전하는 <퍼니 피플>은 아울러, 불행하다고 느끼는 코미디언이 어떻게 타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지 묻는다.

미리 말하자면, 죽음에 처한 배우의 눈물어린 드라마는 없다. <퍼니 피플>은 코미디언이 직면한 코미디 같은 상황과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대화하고, 놀고, 공연하는 소소한 일상을 하나씩 건드릴 따름이다. 영화는 웃음의 경로에서 벗어나기 일쑤고, 감독은 여러 주제 사이를 들락거리며 인물들은 일관되고 뚜렷한 관점을 유지하지 않는다. 룰없이 자연스런 흐름에 몸을 맡긴 <퍼니 피플>은, 그래서 쉬 판단하기 힘든 작품이다. 흐릿한 인물들이 나와 웃긴다는 것, 죽는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삶을 버틴다는 것 등을 풀어놓는 전시장이 이런 모양일까. 따라가는 길이 덜컹거린다는 건 그만큼 읽을 거리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진짜 영화’라고 환호했고, 피터 트레버스는 ‘통찰력과 진짜 재미를 갖췄다’고 평했다. 그리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샌들러는 대표작 하나를 필모에 더했다.

한국 제작사가 소수의 지지만 얻는 애파토우 영화의 DVD를 계속 출시하는 게 고마워서, 다른 버전과 다양한 부록을 수록한 두장짜리 특별판 DVD는 바라기조차 미안하다. 하지만 단 두개의 부록- ‘개그 릴’(4분)과 음성해설- 가운데 후자에 한글자막이 없는 점은 지적해야겠다. 애파토우와 샌들러와 세스 로건이 맞붙은 음성해설은 그 자체로 침 튀기는 배틀이고 놓치기 아까운 수다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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