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프레데릭 벡 <나무를 심은 사람>
관람자: 고 법정 스님
폐암 투병 중이던 법정 스님이 지난 3월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1976년 출간된 뒤 지금까지 170쇄 이상을 찍으며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전파한 수필집 <무소유>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법정 스님은 또 다른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큰 어른이었다. 1970년대 함석헌,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과 함께 유신철폐운동에 참여한 바 있으며, 1975년 인혁당 사형 사건을 겪은 뒤 다시금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다 30년이 넘도록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홀로 정진했다. 또한 2009년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종교 화합을 향한 길에도 솔선수범했다.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은 서로 법회와 성탄절에 축사를 주고받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님의 입적 앞에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 역시 우정으로 가득한 애도의 글을 바쳤다고 한다.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황무지를 삼림으로 일구어낸 특별한 양치기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을 빌려 홀로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며 청빈하고 정직한 삶을 오롯이 일구어온 법정 스님의 삶과 썩 잘 어울리지 않을까. 뒤늦었지만, 이왕이면 프레데릭 벡의 다른 단편들까지 소복이 담겨 있는 DVD <프레데릭 벡의 선물> 박스 세트로 선물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법정 스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