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다큐 한편 어떠세요?
2010-03-26
글 : 문석
<예스맨 프로젝트>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다큐멘터리의 시즌이라 할 만하다.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가 이미 개봉했고 <아마존의 눈물>과 <예스맨 프로젝트>가 곧 극장에서 선보인다. 오스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의 제작진도 뜬금없이 내한했다. 극장가 비수기와 관련있겠지만, 한국에서 극장용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한꺼번에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처음 본 다큐멘터리는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1995)다(어쩌면 영화가 시작되기 전 우리를 지루하게 했던 <대한뉴스>가 첫 극장 다큐였는지도). 가깝지도 않은 동숭아트센터까지 굳이 찾아가 관람료를 내면서 이 영화를 봤던 건 워낙 화제를 모았던 까닭도 있지만, ‘극장에서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체험에 대한 호기심도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확실히 그 경험은 색달랐다. 극장이라는 어두운 동굴은 동공과 감각기관을 확장시켰다. 당시로선 무모했던 다큐멘터리의 극장개봉이라는 변영주 감독의 실험은 한 개인의 영화에 대한 경험치를 확장했을 뿐 아니라 한국영화계에도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15년이 지난 지금, 다큐멘터리는 괄목할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극장에 자리를 잡는 데 일단 성공을 거뒀다. <낮은 목소리>로 시작해 김동원 감독의 <송환>과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를 거쳐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로 이어진 일련의 독립영화 덕분이다. 이런 성과를 발판삼아 최근에는 방송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도 극장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차마고도> <북극의 눈물> 등에 이어 <아마존의 눈물>까지 개봉될 예정이며 이후에 제작될 대형 다큐멘터리 또한 극장용으로 변신한단다.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우려도 된다.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진에 비해 막대한 자본력과 월등한 여건을 갖춘 방송사가 극장마저 장악하는 게 아닌가 해서다. 물론 당장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관객층이 두텁지 않기에 깊이 걱정할 거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방송사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슈퍼 갑’으로서의 지위를 누리려고 한다면 기우는 현실이 될지 모른다. 이번주 특집 기사는 ‘명품’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방송 다큐멘터리의 거대한 약진에 보내는 박수이자 독립다큐멘터리계와 방송사의 행복한 공존을 희망하는 축포다.

하여간 ‘이번주에는 다큐 한편 어떠세요?’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광기에 주목한다면 <경계도시2>를, 진정 행복한 삶을 고민한다면 <아마존의 눈물>을, 웃음으로 투쟁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예스맨 프로젝트>를 추천한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의심하는 이라면 <예스맨 프로젝트>와 함께 올해 오스카 수상작인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보시라. 후자는 합법적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맞다. 씨네21i가 서비스하는 영화다(헛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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