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베를린] 앨리스는 극장에서 봐줘야죠
2010-03-24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독일에서도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을 알렸다. 독일영화박물관, 시네마테크가 나란히 둘러서 있는 소니센터 안에 자리한 시네스타는 3D 영화전성시대인 지금보다 훨씬 이전인 2000년부터 3D 전용관으로 유명해진 극장이다. 3월4일 개봉 첫날 동생과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나오는 야스민 카라타스를 만났다.

-개봉 첫날인데 보러 온 걸 보니 이 영화를 보려고 벼르고 있었나 보다.
=지난주에 시험이 끝나고 이제 방학이다. 원래 원작과 영화감독 팀 버튼을 좋아해서 영화가 나오면 꼭 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학생인가 보다. 소개를 부탁한다.
=나이는 20살이고, 이름은 야스민 카라타스다. 부모님은 터키에서 오신 이주민 출신이고 난 여기서 태어나 자랐다. 현재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영문학과 일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초등학생 때는 애니메이션으로 봤고, 고등학생 땐 영어공부를 할 겸 영어로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두번 읽었다.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 웃기도 했다. 특히 모자장수가 나오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 그는 “오늘은 생일이 아니니 더욱 특별한 날이라 파티를 하는 거다”라고 말하지 않나.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을 특별하다고 말하는 모자장수의 발상 전환이 웃겼다. 작가인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며 논리학도 많이 연구한 사람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 자기만의 논리가 들어 있다.

-영화는 어땠는가.
=아주 좋았다. 다른 사람에게도 꼭 보라고 추천한다. 팀 버튼과 디즈니도 안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화가 잘됐다. 원작하고 좀 다르게 각색했지만 원작의 내용도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등장인물들이 다 나오더라. 앨리스 역을 한 배우가 아주 맘에 들었다. 물론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도 끝내줬다. 특히 웃는 고양이 체셔캣이 원작과 가장 많이 일치하는 것 같더라. 날아다니며 사라지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고양이가 등장했을 때 기뻤다. ‘그래 저게 내가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바로 그 고양이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팀 버튼의 세계는 원작과 좀 다르게 사막 같이 기괴하고 피폐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다. 원작은 좀 밝고 긍정적 분위기였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을 생각하면 그럴 거라 예상은 했다. 심지어 앨리스도 다크서클 분장을 하고 있고, 모자장수의 헝클어진 머리와 부리부리한 녹색 눈도 인상적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명장면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흠… 앨리스가 뭔가를 먹거나 마시면서 커지거나 작아지는 장면, 모자장수를 처음 만나는 장면, 앨리스가 빨간 여왕을 처음 만나는 장면, 빨간 여왕이 플라밍고와 고슴도치로 골프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이 좀 불명확하지 않았나? 이상한 나라가 꿈이었는지 현실인지 모호하다.

-팀 버튼 감독 영화를 좀 봤나보다.
=<가위손>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를 재밌게 봤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약간 일그러지고 기괴한 분위기의 세계가 마음에 든다.

-영화에 흠잡을 곳은 없었나.
=3D 기술이 아직 완전한 것 같진 않다. 눈앞에 가깝게 보여주는 사물은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약점은 줄거리다. 너무 권선징악적이라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결말이 뻔하다. 이야기 틀이 너무 정해져 있다고 할까. 마지막에 모자장수가 현대적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안 어울렸다.

-영화를 자주 보러 다니는가.
=솔직히 영화관에 잘 안 간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건 <심슨가족, 더 무비>다.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만 영화관에 간다. 대신 집에서 DVD를 자주 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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