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제1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관계자들은 <경계도시2>의 프린트를 수급하기 위해 최소한의 제스처라도 취해야 하는 건 아닐까. 배급사로부터 ‘NO’라는 답을 들을지라도 말이다.
“<경계도시2> 상영관을 사수하라! 이런 심정으로… 이번 주말에도 파이팅! 얍!” <경계도시2> 배급사인 시네마달의 트위터에 들렀다가 발견한 응원 문구다. <경계도시2>를 보러 극장에 들렀다 매진사례 때문에 발길을 되돌린 적 있다면(강병진 기자의 후배는 개봉 첫 주말 홍대 상상마당에 <경계도시2>를 보러 갔지만 영화는 못 보고 술만 마셨다고 한다), ‘극장 사수’ 독려 글에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매진될 정도로 관객이 몰리는데 극장에서 프린트를 빼라고 할 리 없고. 주말 반짝하고, 관객 수가 급감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상영관 사수’는 무슨 시추에이션?
3월18일 개봉한 <경계도시2>는 3월24일까지 3천명이 조금 못 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워낭소리>를 예외로 두고,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들의 전체 관객 수는 평균 1천~2천명 수준이다. 그러니까 <경계도시2>의 첫주 성적표가 실망할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개봉 전후 사회 각계의 뜨거운 관심을 감안하면(일례로 <경계도시2>는 역대 개봉한 다큐멘터리 중 언론에 가장 큰 관심과 환대를 받은 영화일 것이다), 1주차 관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시네마달 관계자에 따르면 <경계도시2>는 “<송환>과 비교할 때 첫주 관객 수가 절반밖에 안된다”.
분위기는 끓고 있는데, 정작 관객 수가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유는 뭘까. 3월24일까지 <경계도시2>를 상영한 극장은 홍대 상상마당, 하이퍼텍나다, 압구정CGV,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아트하우스 모모, 씨너스 이수·이채 등이다. 7개 극장에서 상영했지만, 이중 전 회차 상영을 한 곳은 하이퍼텍나다뿐이었다. 나머지 스크린에선 많아야 하루 “3회차를 상영했”고, “3월25일부터는 1회 상영을 하겠다”는 곳도 있다. <경계도시2> 개봉관 중 2주 이상 상영하겠다는 곳은 아직까지 없다. 하이퍼텍나다만 씨네코드 선재로 자리를 옮겨 전회 상영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꾸 가정을 하게 된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혹자는 과거의 인디스페이스가 메가박스 삼성점도, CGV용산점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힘이 되겠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워낭소리>의 기적의 출발점은 인디스페이스였다. 한달 이상 꾸준히 장기상영하는 포스트 극장이 없었다면, 멀티플렉스로 파급되어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을까. <경계도시2>도 마찬가지다. 1주 간격으로 상영관이 변동되고, 거기서마저도 1, 2회 상영으로 그친다면 관객의 관심이 표심으로 이어지긴 요원하다.
3월25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0 영화진흥사업’에는 한국영화의 다양성 및 공공성 증진 목적 아래 제2독립영화 전용관 ‘아리랑 시네센터’를 신규 지원키로 했다고 되어 있다. 독립영화전용관이 많아서 나쁠 건 없다. 다만, 지금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주체들이 관객이 찾는 ‘핫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제1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관계자들은 <경계도시2>의 프린트를 수급하기 위해 최소한의 제스처라도 취해야 하는 건 아닐까. 배급사로부터 ‘NO’라는 답을 들을지라도 말이다.
ps. 바쁘다고 스크리너로 <경계도시2>를 보신 <씨네21> 동료들도, 이번주엔 <경계도시2> 보러 가는 게 어떨까요. 지난 주말엔 황사 때문에 바깥 나들이가 어려웠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