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22일에서 8월6일까지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아니 퇴근을 하지 않았다. 77일간의 숨막히는 파업 투쟁.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뿌렸고, 수도와 가스와 전기를 끊었다. 파업 막바지, 공장 옥상으로 진입한 경찰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내리쳤다. 다음날 노동조합 지도부와 조합원 96명이 연행되면서 파업은 끝이 났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늘 카메라를 들었던 태준식 감독이 쌍용차 파업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을 내놓았다. 그의 전작인 <필승 Ver2.0 연영석> <샘터분식>보다 거칠고 날이 섰다. “개봉은 처음부터 꿈꾸지 않았다”는 태준식 감독은 현재 공동체 상영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당신과 나의 전쟁>은 3월2일 첫 공동체 상영을 가졌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당신과 나의 전쟁>이 상영되길 바란다는 태준식 감독을 만났다(공동체 상영 신청은 http://77days.tistory.com에서 할 수 있다).
-작품을 미리 기획한 상태에서 파업 현장에 나갔나.
=지난해 8월에 파업이 끝나고 나서 쌍용차 노동자들한테 빚진 감정이 들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욱 PD도 미디어 운동과 관련해서 쌍용차 파업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었고, 뜻이 맞아 함께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공장 안에서의 파업 현장은 누가 찍었나.
=대부분 쌍용차 간부가 촬영했다. 인터넷방송인 칼라TV에서도 촬영했고, 민주노총, 노동자뉴스제작단 등에서도 촬영했다. 사실 공장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는데 일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편집하면서 후회를 많이 했다. 들어가서 촬영할걸, 하고.
-파업 시기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시점과 겹쳐서 이슈가 묻힌 감도 있다.
=사실 노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그나마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시간을 번 것도 있다. 하지만 고립된 상황에서 싸움하던 그들의 정서적 소외감은 상당했다. 또 국민들이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잘 알겠는데, 또 이해도 하는데 왜 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라고 느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제목은 어떻게 지었나.
=제목도 세게 가야겠다 싶어서 원래는 <당신과 나의 계급 전쟁> <당신과 나의 계급 투쟁>으로 하려 했다. (웃음) 그건 아니라는 지적이 있어서 바꿨다. 우리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점점 이 사회가 저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운동 현장에 쭉 있으면서 비극적인 상황들을 많이 접하다보면 스스로 비관적이 될 때가 많지 않나.
=민주노총이나 노동운동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이 적당히 파업하고 협상해서 자기들 얻을 것만 얻어냈던 게 2000년 노동운동의 관행이었다. 불편을 주려면 확실히 불편을 주든지, 확실히 세상을 반 토막 내든지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지난해 쌍용차 투쟁은 달랐다. 결과적으로 패배했고 그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일반적인 정규직 노동운동의 패턴을 벗어났다. 10일 정도 하고 파업을 끝내는 게 패턴인데 그들은 끝까지 버텼다. 갈 데까지 간 거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 역시 쌍용차 투쟁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됐다. 아주 큰 희망이다.
-다음 작품은 <어머니>라고.
=제목은 바뀔 수도 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에 대한 인물 다큐멘터리다. 올해까지 촬영하고 내년 초 정도면 완성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엔 개봉을 전제로 제작진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