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이미도] ‘시대를 앞선 외모’는 옵션이에요
2010-04-08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반가운 살인자>의 이미도

이미도의 대표작들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더> <파주> <전우치> <주유소 습격사건2> <비밀애>. 많은 출연작이 비평이나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미도의 얼굴을 단번에 떠올리는 독자는 거의 없을 게 틀림없다. 그나마 사람들이 떠올릴 만한 역할은 <마더>에서 휴대폰을 개조하는 여고생 정도일까. 신작 <반가운 살인자>에서도 이미도는 주연인 심은경의 주위를 어슬렁대는 조연일 따름이다. 하지만 그녀는 촌스럽고 못생긴 날라리 여고생 ‘쭈꾸미’로 분해 표정 하나로 좌중을 압도한다. “대본에는 쭈꾸미가 팔다리가 짧고, 목과 머리는 딱 달라붙었고, 이마는 툭 튀어나온 캐릭터로 묘사돼 있었어요. 아무래도 내 얼굴은 너무 약하다, 생각했죠. 그래서 촬영 첫날 내가 바로 쭈꾸미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마를 까고 그 표정을 지은 거예요.” 이후 김동욱 감독은 신마다 ‘그 표정’을 요구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 <반가운 살인자>를 본 관객은 인터넷에 “여자 유해진이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해도 될 얼굴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밤마다 리뷰를 찾아본다”는 이미도는 그게 다 쭈꾸미라는 캐릭터에 반응하는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리뷰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웃는다.

지금처럼 웃게 되기까지 이미도는 혼자서 많이 울어야 했다. <주유소 습격사건2>에서는 이미도라는 이름으로 나갔지만 원래 캐릭터 이름이 ‘돼지’였다. 신작인 <반가운 살인자>에선 쭈꾸미였으니 친구들은 그녀를 돼지와 쭈꾸미가 만났다고 ‘오삼불고기’라 불렀다. <전우치>에서의 역할도 난감했다. 재밌는 캐릭터인 건 분명하지만 “하루에 똥 세번 싸는 궁녀”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외모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했지만 광주에서 서울로 대학 진학하고 한동안은 성형하라는 얘기도 수없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연극부 활동하면서 전국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거든요. 외모 때문에 연기 인생이 피해본다거나 하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죠. 그런데 한양대 연극영화과 들어오니까 선배님들이 그러는 거예요. ‘미도야, 너는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웃음)” 단역으로 다작하는 것과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고민이라는 이미도는 “시대를 앞선 외모”로 그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새 길을 걸어가고 싶단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린다. 차기작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와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에이전시>다. 확실히 감독 복은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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