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백야>
관람자: 임연철 국립극장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무용가 니콜라이가 비행기 사고로 다시 한번 구소련에 불시착했다. 그는 예술적 영감과 자유를 억압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블라디미르 비초츠키의 <야생마>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춘다. <백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1985년작 <백야>에서 ‘적’은 ‘공산주의’로 대표되는 구소련이었다. 지극히 아름다운 반공영화였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국립극장에선 올 초부터 많은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월25일 국립극장쪽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국립극단 단원 24명은 3월30일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나머지 단체 단원에게는 10년간 없던 오디션이 잡혔다. 이는 지난 2009년 국립극장 법인화 방침을 확정한 뒤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경쟁구도를 통해 능력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 브랜드가 돼야만 한다”고 언급한 바에 따라 시급하게 결정된 일련의 조치들이었다. 국립극장 예술노조는 이것이 예술계의 고용 유연화로 이어진다고 판단해 “노사협의가 선행되지 않은 오디션에는 응할 수 없다”며 거부했으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급기야 지난 4월8일 50여명의 국립극장 단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앞에서 집회와 공연을 열었다. 어찌된 일인지 거리에서 흐느끼며 공연하는 예술인들과 ‘자유민주주의 국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갈등이, ‘반공영화’의 유명한 장면과 자꾸만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