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베이징] 시끌시끌한 세상, 잔잔한 영화 땡기네
2010-04-14
글 : 안재민 (베이징 통신원)

겨울 내내 <아바타>의 폭풍이 몰아쳤던 베이징의 극장가에 때늦은 봄소식을 전해줄 가슴 따뜻한 영화 한편이 개봉했다. ‘청명절’ 연휴를 맞아 4월2일 개봉한 <안녕, 할아버지>는 중국 여배우 장원리가 자신의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인 영화다. 문화혁명 시절, 부모님이 외지로 떠난 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의 시점에서 그려진 영화로 따뜻하면서도 아득한 옛 추억을 훈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베이징 왕징에 자리한 싱메이 극장을 찾은 추이리밍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이름은 추이리밍, 한국어 발음으로는 최력명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유학하면서 영화를 공부하다가, 지금은 영화 후반작업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러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즘 세상이 너무 시끌시끌해서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모레가 ‘청명절’ 아닌가.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청명절에 무척 잘 어울리는 영화 같았다.

-영화는 어땠나.
=옆에 앉은 여자가 영화를 보면서 훌쩍이더라.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감동받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감독의 아주 개인적인 감성이 담긴 이야기다. 하지만 기복없는 잔잔한 스토리에 정적인 촬영 스타일이 관객에게 감정이입을 강요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추억에 젖어들게끔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만든 사람의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감독의 남편인 구창웨이 감독이 직접 촬영을 했다면 영화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구창웨이 감독이 중국 최고의 촬영감독이기 때문에 영화가 훨씬 더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원리 감독이 신인이라 오히려 너무 뛰어난 촬영감독이 붙었다면 감독의 연출 의도가 지금보다 모호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부부 사이가 더 나빠졌을지도 모른다. (웃음) 그건 농담이고, 아까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남편도 알 수 없는 장원리 감독의 개인사다. 오늘 영화 보기 전에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프로듀서도 감독의 언니이고, 영화 타이틀도 감독의 아들이 직접 손으로 썼다고 하더라.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장면보다는 구조적으로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는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를 돌보면서 목욕도 시키고, 밥도 먹여준다. 하지만 영화 끝부분으로 가면 손녀가 성장하고 할아버지가 쇠약해지면서 반대로 손녀가 할아버지를 돌본다. 똑같이 목욕도 시키고, 밥도 먹여준다. 감독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자신을 대하던 눈빛이 생각났다고 했던 말이 이 부분을 보면서 확실하게 공감이 됐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나.
=솔직히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별로였다. 감독의 어린 시절하고 정말 비슷한 배우들을 뽑았는데, 연기는 좀 아니더라. 대신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주욱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훌륭했다. 중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배우인데, 이 영화가 마지막 출연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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