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니시지마 히데토시] 이렇게 근사한 남자를 발견한 기쁨이란
2010-04-15
글 : 이화정
<사요나라 이츠카>의 니시지마 히데토시

<사요나라 이츠카>에서 토우코(나카야마 미호)는 첫눈에 반한 남자 유타카(니시지마 히데토시)를 향해 말한다. “매일 똑같은 상품이 있는 지루한 진열장에서 모처럼 맘에 드는 명품 핸드백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 자신의 평생을 바쳐서라도 그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고 싶은 토우코가 맛본 ‘발견의 기쁨’. 그건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에게 반한 관객의 설렘과 한참 비슷해 보인다. 무심한 듯하지만 온화한 미소, 유약함에 머물지 않는 부드러운 남성성, 단숨에 상대를 무장해제 시킬 나지막한 목소리까지, 니시지마가 가진 이같은 속성들은 여성이라면 한번쯤 머릿속에 그려볼 신비로운 남성형의 근사값이다.

관객이 지금껏 니시지마를 모자이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면 그건 그의 역할이 늘 비밀스럽고 내성적이었던 탓이 크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시바사키 고의 직장 상사로 제법 거친 연기를 보여준 걸 제외하곤, 그의 역할은 대부분 감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무표정한 리듬을 지니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약혼녀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는 <돌스>의 ‘마츠모토’, 17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간직한 <좋아해>의 순정남 ‘류스케’, 고집스런 할아버지를 설득하려다 오히려 설득당하는 쪽을 택한 <도쿄 랑데부>의 젊은 청년 ‘노가미’, 그리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등에 진 채 괴로워하는 <제로 포커스>의 유약한 남자 ‘겐이치’ 등, 니시지마라는 배우에게서 파생된 이들 캐릭터는 모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비로운 공기를 형성한다.

1993년 TV드라마 <아스나로 백서>를 통한 늦은 데뷔. 공학도였던 그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두고 “연기는 그저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라는 싱거운 이유를 든다. 그러나 그는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엄청난 팬심을 <돌스>의 출연으로 연결시키는 적극성을 지닌 배우다. 감독, 스탭, 동료 배우들이 맘에 든다면 단역도 마다하지 않는 영화광다운 면모도 그의 모습이다. <사요나라 이츠카>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은 가까이서 지켜본 니시지마를 두고, 그가 “유순한 겉모습 속에 불을 지닌 배우”라고 호평한다. 삼십대 중반의 배우. 니시지마는 그래서 두고두고 지켜볼 가치가 있다.

사진 씨네21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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