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19(월) 오후 2시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왜구의 침입이 빈번하던 선조 25년.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조정은 당파 싸움으로 어지럽다. 정여립 등은 왜구에 맞서 싸우기 위해 대동계를 결성하지만, 이내 역모 세력으로 몰린다. 정여립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대동계의 우두머리가 된 이몽학(차승원)은 평등세상을 꿈꾸며 민란을 주도한다. 한편, 정여립의 죽음을 사주했다는 한신균(송영창)의 서자 견주(백성현)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몽학을 찾아나서고, 이 과정에서 한때 이몽학의 동지였으나 지금은 서로 적이 된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과 이몽학의 연인 백지(한지혜)를 만나게 된다.
100자평
이 영화의 볼거리는 꼬이고 엇갈린 인물간의 구도다. 임진왜란 직전의 혼돈의 시기,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검객과 반란군, 얼결에 이들의 긴장에 참여하게 된 세도가의 서자, 그리고 이들 남자들과 함께 얽힌 기생 신분의 여자까지. 사회전복과 복수, 그리고 사랑 모두 각각의 원하는 바는 다르지만, 이들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이준익 감독에게라면 그닥 낯설지 않은 주제다. 기존 권력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감독의 전작 <황산벌>과, 또 꽉 막힌 제도 안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민생들의 아픔은 감독의 전작 <왕의 남자>를 연상시킨다. 실제 상당부분의 장면이 두 영화에서 차용된 것처럼 보인다. 전반부의 긴박한 상황전개와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은 꽤 흥미로운 편이다. 그러나 캐릭터 각자를 살려 클라이막스 에서 화학작용을 끌어내기까지는 역부족이었다. 한계에 처한 인간들의 욕망을 보여주려면 지금보다 좀 더 개연성을 살려야 했다.
이화정 <씨네21> 기자욕심이 많은 이준익 영화다. 감독의 정치적 철학이 캐릭터의 입으로 쏟아져내리는 가운데, 너무 많은 캐릭터들의 화학작용은 결코 정점에 오르지 못하고, 비장해야할 클라이막스에서는 거칠고 성긴 프로덕션의 만듦새가 감정적인 진앙을 방해한다. 중요한 화자 중 하나인 견자를 연기하는 백성현이 차승원, 황정민과 단단한 삼각대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 영화에 부제를 붙이라면 ‘왕의 남자들’이겠다. 남자들이 너무 많다. 말이 많은 남자들이 너무 많다.
김도훈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