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양수리 세트장에서 진행된 <내 깡패 같은 애인> 29회차 현장. 박중훈이 세트 안에서 모니터쪽으로 터벅터벅 걸어나오며 반갑게 맞이한다. 꼬질꼬질한 흰 티셔츠, 회색 추리닝, 삼선 슬리퍼 차림이다. 극중에서 한대 맞았는지 콧등에 있는 커다란 흉터도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두볼에 살이 빠져 광대뼈가 유난히 빛나는 모습은 <우묵배미의 사랑> <게임의 법칙>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때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행색을 보아하니 형사는 아닌 것 같고 백수나 삼류 건달쯤 돼 보인다. 둘 다 맞단다. 인사 끝나기가 바쁘게 그는 다시 세트 안으로 들어간다. 궁금해 따라 들어가봤더니 취업준비생 세진 역을 연기하는 정유미가 죽은 듯이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정체불명의 약병이 놓인 채로.
취업이 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가. 궁금하던 찰나에 슛 들어간다.“어떡해요.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집 보러온 한 중년 아줌마가 쓰러진 세진을 가리키며 옆에 있던 부동산 아저씨한테 다급하게 말한다. 그때 옆집에 사는 동철이 “뭐야” 하고 들어오는데, 신인 김광식 감독이 “컷”을 부른다. 들어오는 타이밍과 보조출연자의 리액션이 문제였다. 그저 행동이 자연스럽지 않은, 단순한 문제인 듯한데 감독은 제법 공을 들인다. 감독의 설명을 들어보니, 겨우 티격태격하는 정도인 동철이 세진을 본격적으로 의식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박중훈이 농담을 하고 정유미가 깔깔거리는 걸 보니 세진이 죽는 건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그 다음 장면은 예상 가능하다. 깡패 동철과 취업준비생 세진이 이 일을 계기로 사이가 좀더 가까워질 것 같다. 물론 서로가 처한 상황 때문에 둘의 관계가 그리 평탄해 보이지는 않지만.
동철과 세진만큼 박중훈과 정유미 역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박중훈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유미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김광식 감독 역시 박중훈의 의견에 맞장구친다. “나이차가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두 사람이 극의 대부분을 끌고 가는 만큼 감정이 중요하고, 박중훈과 정유미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세진이 동철의 옆집으로 이사오면서 시작한다. 깡패와 취업준비생.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남녀가 지긋지긋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또 티격태격하면서 가까워지는 이야기다.“코미디, 멜로, 액션 등, 여러 장르의 요소들이 버무러져 있는 드라마”라는 게 김광식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는 5월20일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