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리들리 스콧의 <로빈후드> 첫 공개
2010-05-12
글 : 강병진
온라인 프리뷰/ <로빈후드>

일시 5월 11일 오후 2시
장소 왕십리 CGV

이 영화

13세기 영국,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우)는 십자군 전쟁에 뛰어든 리차드 왕의 용병이다. 리차드 왕이 전사하자, 로빈은 동료들과 함께 탈출을 결심하고 영국으로 향하던 도중 왕의 왕관을 운반하던 기사 록슬리의 죽음을 지켜본다. 록슬리는 아버지에게 훔쳐온 칼을 고향에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영국에 온 로빈은 그의 집에 찾아가 록슬리의 가족들을 만난다. 한편, 리처드 왕에 이어 왕관을 물려받은 존 왕은 독재적인 정치로 귀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록슬리의 집에서 가짜아들 행세를 하게 된 로빈은 자신의 아버지가 권리장전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존 왕의 정치에 맞서게 된다.

100자평

적어도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로빈 후드가 될 것”이라는 약속은 지켰다. 하지만 타이즈를 벗고 거칠어진 새 ‘로빈 후드’가 그전보다 매력적이라 말하긴 힘들다. <로빈 후드 : 더 비기닝>이라 불러야 마땅한 이 영화에서 의적 로빈 우드는 보이지 않고 영웅 로빈 롱스트로이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십자군 전쟁 이후 피폐해진 13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비주얼은 빛을 발하지만, 방만하게 흩어진 서사 앞에서 그마저 빛이 바랜다. 로빈 후드가 ‘왜’ 의적이 되었는지는 납득 가지 않지만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다는 점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개별 시퀀스로 끊어보면 놀랄만한 스펙터클을 제공하지만 인물의 감정에 접속하지 못하고 그저 스펙터클의 전시에 그친다.
송경원/영화평론가

’로빈후드는 왜 국민 영웅에서 무법자가 되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 로빈후드라는 개인에 집중하기보다 그가 몸담고 있었던 한 시대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좋은 점은 등장인물들이 비중에 관계없이 극에 활력을 선사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많은 요소를 담아내려다 보니 영화가 끝나면 별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디테일은 만족스러우나 큰 임팩트를 주지는 못하는 작품이다.
장영엽 <씨네21> 기자

역시 리들리 스콧 감독이다. 잘 만든 영화라는 말이 아니다. 로빈후드라는 익숙한 소재에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를 장르 영화의 법칙에 따라 잘 버무렸다. 이것이 그의 장기 아니던가. 덕분에 액션, 멜로, 드라마 등이 적절한 지점에 배치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로빈 후드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는 리들리 스콧 영화 속 남자들처럼 완벽하다. 말도 잘 타고, 전쟁도 잘 하고, 여자의 마음도 잘 사로잡는다. 그러나 새롭지는 않다. 오히려 로빈후드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마리온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 매력적이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로빈후드에 대한 연민, 불인정, 사랑 등, 복합적인 감정들을 모두 표현한다. 영화 속 전쟁신보다 멜로신이 더 감정적으로 와 닿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일 듯. 전체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는 시대극이지만, 그게 늘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차라리 그의 동생 토니 스콧 감독처럼 자신의 색깔을 더 드러냈으면.
김성훈 <씨네21> 기자

물론 리들리 스콧이 작가 대접을 받았던 감독은 아니다. 다만,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자장 안에서 뛰어난 스펙터클과 이야기의 감정적인 서사를 동시에 구현할 줄 알던 감독이었다. <로빈후드>는 그의 전작보다도 장인적 기질이 더 드러난데다, 스튜디오의 영향력을 더 끌어안은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전쟁씬을 고루 배치하고, 이성과의 로맨스에 유머를 가미하는 한편, ’자유’에 대한 온 인류의 갈망을 가볍게 선회한 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해변 전투씬을 그 답게 묘사했다. <글래디 에이터>는 한 남자의 울분에 찬 복수심을 공감할 수 있게 했지만, <로빈후드>는 후드가 썩 잘 어울리는 남자를 보여줄 뿐이다. 리들리 스콧이 만든 허허실실 액션영화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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