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들뜬 순간은 이제 과거로 남았다. <허트 로커>의 감독 캐스린 비글로는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악전고투하며 액션스릴러 전문 (여성)감독으로 살아남았고 올해 초 생애 최고의 영광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까지 순탄하지 않은 영화 경력을 일궈온 것처럼 또다시 첩첩산중에 맞닥뜨렸다.
먼저 <허트 로커>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를 둘러싼 거대한 소송이 준비 중이다. 지난 5월11일 <할리우드 리포트>에 따르면, <허트 로커> 프로듀서들이 고용한 변호사 토머스 던랩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P2P 파일 전송 프로토콜 비트토렌트(BitTorrent)에서 <허트 로커>를 불법 다운로드한 수만명의 개인을 고소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정식 개봉하기 5개월 전부터 웹에선 <허트 로커>의 파일이 오가기 시작했고,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다음 그 인기는 최고에 달했다고. 수백만달러 상당의 이 소송은 불법 다운로드에 시달리는 미국 내 저예산영화들의 크나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비글로는 <허트 로커> 각본가 마크 볼과 함께 스릴러 <트리플 프런티어>를 준비 중이다.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구아주, 브라질의 포즈 도 이구아수로 둘러싸인 이 악명 높은 무법지대는 ‘트리플 보더’라고 불린다. 그 유명한 이구아수 폭포의 발원지이자 관광명소인 동시에 무기와 마약 밀매상의 본거지로도 유명하다. 미국 정부는 ‘트리플 보더’가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에 뒷돈을 대는 이들의 집합소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일단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쪽에선 <트리플 프런티어>에 대해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 국가 이미지의 훼손이 가장 큰 이유다. 상대적으로 브라질쪽은 “그냥 영화일 뿐이니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영화적 야심을 펼치려 하던 비글로의 차기작 역시 <허트 로커>만큼이나 험난한 제작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