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런데 인터뷰하시면서 등을 보이면 안되죠. 좀 돌아봐주시면 안될까요?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리우스 메리디우스. 북부군의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너희가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며,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되면 죽어서라도!
-그런데 저 지금 <로빈후드>로 인터뷰하러 왔는데 계속 <글래디에이터> 때로 착각하고 계신 건 아니신지요.
=무슨 소리냐. 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글래디에이터다. 그리고 인터뷰를 할 거면 부드럽게 청해봐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리우스 메리디우스. 북부군의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스탑! 스탑! 아 알았으니까 이름 얘기는 그만하시고요. 그럼 본인이 로빈 후드가 아니라 글래디에이터라는 증거는 있으신가요?
=굿 퀘스천. 귀여운 녀석이군. 넌 내가 나오는 영화도 안 보고 살았니. 글래디에이터라면 그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지 않느냐. 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쏠 수밖에 없었던 그 아픔. 크흐흑.
-근데 그건 스위스의 전설적 영웅 빌헬름 텔 이야기 아닌가요? 뭔가 좀 이상한데요.
=그럼 이건 어때. 이 빛나는 엑스칼리버를 보고도 내가 글래디에이터가 아니라고 의심할 텐가! 희망이여 빛이여 아득한 하늘이여~ 나의 백마가~.
-못하는 노래는 그만하시고요. 그건 당신의 영국 선배 아서 왕 얘기 아닌가요? 그리고 여기 칼 옆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써 있거든요. 손잡이도 좀 이상하고. 이거 어디서 사신 거죠?
=무슨 소리냐. 영화도 안 봤니? 이 엑스칼리버는 우리 아버지가 내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리우스 메리디우스. 북부군의 총사령관이자 펠리이힉!
-그러게 계속 목소리를 깔고 말씀하시니까 삑사리가 나죠. 알아들을 수 있게 좀 크게 말씀해주세요.
=나 지금 떨고 있니. 그럼 진짜 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지난해 세상을 뜬 영화 파워블로거 로빈 우드가 내 친동생이다. 우리 아버지가 자식 둘 다 무식하게 칼로 흥해서는 안된다고 동생만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수능을 보게 하셨어.
-엥,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갈수록 태산이네. 정말 당신 누구세요?
=내 이름은 막시무스 메리야스 마키아토… 에이시 글래디에이터 안 해, 안 해. 계속 말하니까 헷갈리네 썅. 너 뭐야 일로와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