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5월 20일 낮 12시, 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에서 그는 영진위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과정에서 전화통화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심사위원들의 주장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위원장은 "위원장이 부당하게 심사에 개입했고, 주문했다는 심사위원들의 이의제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원활한 심사를 기대하는 부탁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표한 것뿐이다. 앞으로는 생각과 행동을 더욱 조심하면서 이런 오해와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바로 당일 오전 11시에는 심사위원들이 조위원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심사위원들의 주장과 조 위원장의 해명은 큰 온도차를 보였다. 기자회견의 전문을 정리했다. 단, ’유감을 표한다’거나 ’앞으로 공정한 심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 수차례 반복된 말들은 일정부분 삭제했다.
- 심사위원들과의 통화에서 특정 작품의 접수번호까지 이야기했다. 그것이 단순한 관심표명인가.
= 배경부터 설명하겠다. 영진위의 제작지원심사와 관련해서 이전부터 여러 논란이 있었다. 결과에 대한 정당성과 합리적인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특정한 방향에 대한 치우침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각자 입장에 따라 동의할 수도 있고, 안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 때문에 제작지원심사는 단순한 심사로 마무리 되지 않았고 영화계가 갈등하고 대립하는 요인이 됐었다. 그래서 가능한 심사결과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졌으면 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주목한 작품들을 놓고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때는 이미 심사가 지났을 때였다. 내부적으로는 1차적인 정리가 된 상태였던 것 같다. 위원장이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총론적인 부분에 반영되는 단계는 지났다고 봤고, 결과를 봐도 반영된 흔적은 없다. 심사위원들 스스로도 그런 것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심사결과가 공정했다는 걸 그들도 확인했다.
- 이번에 거론된 특정작품 중에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인터뷰이로 참여한 작품이 있다.
= 그건 내가 확인 못한 부분이다. 내가 옛날에 인터뷰를 한 작품이라고 해서 지원받게 해달라고 했던 건 아니다. 신상옥 감독님에 대한 자료적인 가치와 영화적인 위상을 볼 때 의미가 있다고 본 것뿐이다.
- 그 말은 곧 그 특정작품 가운데 신상옥 감독과 관련한 다큐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하는 건가?
= 내가 특정하게 지적한 작품은 아니다. 그 작품과 내가 개인적으로 관여된 게 아니라는 내용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 신상옥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 인터뷰는 언제 했던 건가?
= 나도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영진위에 오기 전에 방송프로그램이나 인물자료에 관련해서 많은 인터뷰를 했고 기록을 남겼다. 정확하게 어떤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도 다 기억 못한다.
- 이번 공모에 접수한 작품들의 기획서를 다 보았나.
= 다 보지는 못한다. 전체적인 목록과 내용 등을 요약한 자료를 일괄적으로 본 것뿐이다. 원래 관심이 갔던 작품은 더 많았다. 하지만 위원장 입장에서 다 적시할 수는 없고, 그 중 몇 작품을 언급했던 것으로 보면 된다. 위원장이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으면 더 많은 작품을 언급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결정권은 심사 위원에게 있다. 이번에도 심사위원들께서는 위원장의 부당한 개입과 간섭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심사결과에는 위원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위원장이 의도를 갖고 개입하려고 했다면 훨씬 초기단계부터 정교하게 하지 않았겠나. 내 입장에서는 내가 그 작품들을 언급했다고 했을 때, 그것이 심사결과로 나타난 다음에 부당하다고 말하면, 지적을 받는 것을 수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의견이 실제 관계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건, 오히려 결과적으로 심사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입장에서는 만약 이런 상황이 정말 부당하고 생각됐다면, 그 상태에서 심사를 중단하고 의견표명을 하는 게 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위원장의 의견표명이 부당하다고 느꼈는데도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계속 진행해서 마무리까지 한 후에 의견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공정했다고 하면서 위원장이 개입했고 인격적 모독을 했다고 하는 상황인데, 나로서는 명쾌하게 납득하기 어렵다.
- 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해놓고, 그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상반기 독립영화제작이 예정보다 미루어진 상태다. 만약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중단했다면 그 피해는 누구한테 가겠는가. 그에 대해 위원장이 심사 중간에 중단하는 게 맞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나.
= 두 가지 입장을 말한 거다. 하나는 어떤 과정을 불문하고 그런 일이 야기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충분히 밝혔다. 그건 명백히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고 규정한 상태에서 좀 더 개인적인 소회를 덧붙인 것뿐이다.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말한 것뿐이다.
- 심사위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한 것인가.
= 처음에 물어본 것은 몇몇 작품들이 1차 심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어 본 정도였다. 그런데 목록에서 없다고 하기에, 좀 수정이 안 되냐. 좀 살펴봐줄 수 없느냐 문의했던 것이다. 이건 말을 듣는 사람과 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다시 묻겠다. 그러니까 특정 작품의 접수번호까지 미리 파악해서 이야기 한 건 맞나?
= 접수번호는 다 알고 있는 거다. 대략 자료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 심사위원들 말로는 총 7통의 전화를 해서 장편 1편, 다큐멘터리 2편을 지적했다고 한다.
= 지적한 게 아니라. 그것이 후보에 들어갔냐고 확인한 거였다.
- 결국 영향을 미친 게 없으니까,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
= 영향의 유무를 떠나서 오해가 될 행동을 했다는 것에 유감을 표하고 해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향을 안 받았다는 건 심사위원이 스스로 밝힌 것이다.
- 본인이 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는 건가.
= 반성을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나와서 해명을 하고 있는 거다.
- 통상적인 취지를 설명했다고 하는 데, 그런 통화는 한 차례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심사위원들은 한 차례가 아니라 계속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
= 여러 차례 전화를 한 분이 어느 분인지 모르겠다. 몇 차례나 전화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 심사위원장과 이미연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심사위원에게만 통화했다. 심사의 취지를 알리고자 했으면 심사위원장과만 통화해도 될 것 아닌가.
= 글쎄... 그건 좀... 현지사정이라고 봐주면 되겠다. 그쪽은 그쪽대로 스케줄이 있었고 시간대가 애매해서 연락이 안 된 경우도 있었다. 개별적으로 누구를 빼고 넣고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다하려고 했던 전화다.
- 영진위 심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원래 동료나 선, 후배들의 전화도 안 받고 영화제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전의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액트 관련 공모도 믿을 수 없다. 책임지셔야 할 것 같다.
= (잠시 침묵) 다른 건을 여기에 연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 그래서 모두 다 한차례씩만 전화했던 건가.
= 한 차례 이상인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이상 전화를 한 경우는 어떤 건가.
= 전화통화가 처음에 안 된 경우나....
통화가 됐음에도 두 번 이상 한 경우는 없다는 말인 건가?
= 몇 차례 했던 걸로 기억한다.
- 심사과정에서 외압을 막기 위해 심사위원들은 합숙을 한다. 그런데 위원장이 직접 통화를 한다면 그런 보안체계가 무의미 한 것 아닌가.
= 합숙을 하는 건 행정적 편의 때문인 거지, 보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아까 기자회견장에서 한 심사위원이 말하길, 조희문 위원장이 전화로 "누군가 찾아올 거다. 한번 만나봐라."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라.
=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 전화통화에서 언급한 특정작품의 관계자에게 청탁을 받은 적이 있나.
= 통상적으로 심사를 진행하면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도 이런 저런 연락을 받는다. 자신이 지원하는 심사나 관심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누구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거다. 하지만 이 건에 관해서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 연락은 자르거나, 피하거나, 무시하면 그만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심사위원들이 말한 것처럼 위원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여겼지만 무시했다는 것 아닌가. (압력이나 의견표명을 행사)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반영되느냐 아니냐, 그것이 영향을 주었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 그럼 누가 관심을 표명하지도 않았는데, 위원장이 먼저 관심을 가진 작품들이라는 건가.
= 아니다. 실제로는 그 보다 작품 수가 훨씬 많았다. 접수된 전체 작품들의 내용과 경향, 제작하는 사람들까지 다 보면서 좀 이렇게 전체적으로 배분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넣을 수는 있다고 본다.
- 그런 사항이 규정에 있나.
= 규정에는 없다.
- 그럼 위원장 독단적으로 생각한 건가.
= 독단적인 게 아니라, 우리가 실무를 진행할 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