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사를 온몸에 새긴 25년차 배우, What’s happening?
2010-05-25
글 : 주성철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박중훈과의 트위터식 대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삼류 루저 깡패 동철(박중훈)을 트위터로 만납니다. 옆집 여자 세진(정유미)에게 막무가내로 떼쓰는 철없는 남자친구 같기도 하고, 때론 한없이 자상한 오빠 같기도 하면서 그녀 곁을 맴돕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게임의 법칙>과 <투캅스>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박중훈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소문난 트위터 사용자인 그는 트위터를 통해 시사회를 열고, 홍보에도 열심인 관객친화적 배우입니다. 그래서 그와의 만남을 트위터 문답으로 구성해봤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그는 140자 이내로 촌철살인의 기지를 발휘해야 합니다. 흐뭇하게 팔로우하는 기분으로 그와의 대화를 마음껏 엿보십시오.

박중훈 트위터 프로필

twitter.com/moviejhp
Name 박중훈 joonghoon park
Location seoul, korea
Bio #좋아하는 사람--선한 사람, #싫어하는 사람--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이라 여기는 사람


cine21_editor@moviejhp 최초로 트위터 시사회를 열었는데, 잘 끝나셨나요?

moviejhp@cine21_editor 트위터 시사회에 와주신 트위터 친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시사회도, 뒷풀이 파티도 모두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만나서 반가웠고요. 아쉽게 못 오신 분들께 거듭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다 한마음으로 감사하고 있다는 거 아시죠?!^^

cine21_editor@moviejhp 요즘 참 많이 바쁘셨죠? 임권택 감독님의 <달빛 길어올리기> 촬영도 최근까지 하셨고요.

moviejhp@cine21_editor 5월1일, 드디어 <달빛 길어올리기> 촬영을 모두 마쳤습니다. 임권택 감독님의 101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제겐 40번째 영화입니다. 새벽 5시 넘은 덕유산에서 가로등 불빛의 벚꽃이 무척 예뻤습니다.

cine21_editor@moviejhp 게다가 촬영 중에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결혼식 사회도 보셨지요?

moviejhp@cine21_editor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습니다. 전날 낮부터 새벽 5시30분까지 <달빛 길어올리기>를 무주 덕유산에서 촬영하고, 서울에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고(그 와중에 체중이 불어 잠 안 자고 운동함), 밤부터 새벽 3시까지 <승승장구> 녹화!!

cine21_editor@moviejhp 두 분이 박중훈씨에게도 교제사실을 비밀로 했다던데 섭섭하지 않으셨어요?

moviejhp@cine21_editor 나에게 얘기 안 한 게 기뻐서 펄쩍 뛸 일은 아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어요. 대중스타는 1인 기업이니 연애와 결혼은 누가 될 수도 있는 영업비밀일 수 있죠.

피 흘리며 쓰러진 장면은 감독의 오마주

cine21_editor@moviejhp 본격적으로 영화 얘기를 하자면, <내 깡패 같은 애인>을 하게 된 건 <해운대>를 함께한 윤제균 감독과의 관계 때문인가요? moviejhp@cine21_editor 첫 번째 이유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제균 감독이 나를 배우로서 굉장히 아껴주는데, <해운대> 끝나고 좀 ‘팔딱팔딱’ 뛰는 영화를 한번 해보자고 했죠. 그러고 나서 다시 감독을 만났는데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cine21_editor@moviejhp 김광식 감독은 신인이고 영상원을 졸업했다는 것 정도만 알려져 있는데, 어떤 사람인가요?

moviejhp@cine21_editor 영상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참 섬세하고 무엇보다 정의파예요. ‘감독은 하고 싶은 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죠.

cine21_editor@moviejhp 정유미씨가 연기한 세진 캐릭터에 88만원 세대의 고통을 자연스레 녹여낸 모습에서 그런 ‘정의’를 느낀 것 같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감독으로서 자기 정서나 취향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영화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고민해야 된다고 했죠. 오랫동안 충무로에 있으면서 이른바 ‘뻐꾸기’만 날리는 감독들을 많이 봤는데 살짝 충격도 받았죠. cine21_editor@moviejhp 감독은 아마 어려서, 혹은 젊어서 박중훈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일 겁니다. 몇몇 장면의 디테일을 보면 배우 개인에 대한 애정이 짙게 묻어나는 느낌이고요.

moviejhp@cine21_editor 처음부터 제 팬이라고 했죠.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어쨌건 이 자리에 감독이 없으니까.^^ 내가 피를 흘리고 비를 맞으며 계단에 쓰러져 있는 장면의 익스트림 클로즈업숏이 있는데, 그걸 나에 대한 오마주라고 했습니다.^^

cine21_editor@moviejhp 두 남녀가 바로 옆집에 붙어 있는 관계가 참 정감 가고 좋던데, 촬영은 어디서 하셨나요?

moviejhp@cine21_editor 만리동 고개에 있는 다세대 주택인데, 그러고 보니 <씨네21>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네요. 그런데 비 오는 날 바깥 장면, 전체적으로 길거리가 보이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양수리 종합세트장입니다.

cine21_editor@moviejhp 그렇게 가깝게 지내면 아무래도 깡패 같은 남자가 피곤하게 수시로 집적댈 것 같은데, 동철은 그러지 않더라고요. 여자한테 관심 없는 남자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저도 귀찮게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남자가 아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그러면 얼마나 없어 보이고 밉겠습니까.

cine21_editor@moviejhp 동철을 어떤 캐릭터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을 텐데, 자신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편입니까?

moviejhp@cine21_editor 내가 영화를 40편 정도 했는데, 그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눈 것 같습니다. 캐릭터에 대해 워낙 얘기를 많이 해서 나중에는 특정장면의 아이디어가 누구 것인지 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cine21_editor@moviejhp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지금껏 내 경험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나 여러 장면의 비밀 같은 것은 역시 감독이 모두 한 거 같습니다. 결국은 감독의 것이죠. 물론 배우가 그걸 다 따라줬기 때문에 그렇게 완성된 것이지만.

cine21_editor@moviejhp 동철은 누아르와 코미디 장르 모두에 걸쳐 있는데, 기본은 의도적으로 웃기려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자의 면모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옳습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몰입한 나머지 화를 많이 냈던 것 같습니다. 그 감정에 충실하느라 3개월 내내 화를 냈고 감정적으로 부어 있었습니다. 연이어 <달빛 길어올리기>를 촬영하면서 치유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신인배우?

cine21_editor@moviejhp <해운대>를 제외하면 이른바 주연으로서는 <라디오스타>(2006) 이후 처음이라 은근히 긴장되겠습니다. 시사 이후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더 그럴 것 같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요즘 젊은이들이 저보고 ‘저 사람 유명한 신인배우래’ 하더군요.^^ 따지고 보면 4반세기 경력을 가진 오래된 배우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이만 계속 자라고요. 물론 호평에 힘이 나지요.

cine21_editor@moviejhp 잔뜩 화난 상태로 연기한 영화를 웃으며 홍보하는 기분이 묘할 것 같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내 깡패 같은 애인>과 <달빛 길어올리기>를 바쁘게 촬영하고 난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나 할까요. 예전에는 성공하기 위해서 획득하고 쟁취하는 날로 점철됐다면, 이제 그런 중압감이 없습니다.

cine21_editor@moviejhp 하지만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moviejhp@cine21_editor 미국 속담 중에 ‘사냥의 묘미는 결과보다 그걸 쫓는 데 있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까지 그런 믿음으로 달려왔으니 나 스스로를 얼마나 피곤하게 했겠습니까. 이제 최선을 다했다면 주어진 결과에 안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ine21_editor@moviejhp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경험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게 참 커다란 역설인데, 예전에는 뭔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엄청 났습니다. 계속 더 달려야 할 마라토너라면 이쯤에서 숨을 고를 때가 됐다고 보는 거죠.

cine21_editor@moviejhp 1980년대 이후 한국영화사와 궤적을 함께하는 배우입니다. 1기가 청춘스타였고, 2기가 민중배우였다면^^ 3기 이후 누아르와 코미디를 모두 아우르는 스펙트럼을 보여주셨죠. 당시 연기 스타일의 전형이기도 했고.

moviejhp@cine21_editor 2000년대 들어 사람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연출자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하는 스타일의 연기는 도태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저처럼 연출자의 지시가 명확하게 내려지고 그에 따르는 스타일의 연기는 과거의 것이 된 거죠.

cine21_editor@moviejhp 배우의 변천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말입니다.

moviejhp@cine21_editor 그럴 땐 진솔하고 사실적인 스타일의 연기가 먹히죠. 사람들이 똑똑해지니까 겸손한 리더가 각광받는 것처럼. 저는 그렇게 90년대까지 너무 많이 해먹은 죄로^^ 2000년대 들어 부진하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이제는 연출로 만날 테다

cine21_editor@moviejhp 어쩌면 몇 년 전의 <라디오 스타>가 그런 변화를 보여준 것 같고,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예전과 같은 장르나 조건 안에서 또다시 변신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moviejhp@cine21_editor 네, 이전의 모습 때문에 관객이 나에게서 사실적 연기를 기대하지 않는 무의식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다 <라디오 스타>로 새롭게 관객과 만났고, <해운대>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름 힘을 한번 써봤는데 거참, 반응이 없는….^^ 이제는 연출로 만날 테다

cine21_editor@moviejhp 이제는 감독 데뷔를 꿈꾸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moviejhp@cine21_editor 내년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스타>를 쓴 최석환 작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지금까지 무르익지 않아 얘기는 못했습니다. 연기는 안 하고 연출만 할 생각입니다.

cine21_editor@moviejhp 혹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moviejhp@cine21_editor 남이 하고 싶은 얘기 내가 배우로서 돋보이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나도 하고 싶은 얘기를 찾은 거죠. 어딘가 원유가 매장돼 있는데 찾지 못해 답답하고, 몸이 아픈데 5년 정도 진단이 안 되던 통증의 원인을 찾은 기분입니다.^^

cine21_editor@moviejhp 도대체 어떤 장르,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한데 살짝 힌트 주면 안 될까요?

moviejhp@cine21_editor 그럼 그건 트위터 멘션 말고 쪽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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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의 트위터 말말말

*오늘은 어린이날!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가 징글징글 못살았죠(물론 저보다 윗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까 제가 어렸을 때 70년대 초반쯤? 저희 집이 비교적 괜찮게 살았는데도 어린이날 선물이 자장면이었습니다.

*전 삼형제 중 막내로 자랐습니다.ㅋㅋ 어렸을 때 제 소원 중 하나가 뭔 줄 아세요? 제 팬티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만날 형님들 입던 것 고무줄 넣어서 제가 입었죠. 양 넙적다리가 헐렁헐렁한….ㅋㅋ 어머니에게 투정도 많이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예전에도 말씀드렸는데, 어머님이 저를 교육하며 늘 하시던 말씀이에요. "어린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내가 걸어왔던 길이다. 노인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건 고귀한 가치입니다. 즉, 휴머니스트….

*55도짜리 압상트 한 잔에 물과 얼음을 섞어 홀짝 마시니 지난 25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저보다 짧은 인생경력을 가진 후배 여러분! 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 남에게 상처 주지 마시고, 열심히 사시고, 기쁘게 행복하게 사세요. 나 뭐야? 꼰대야?

*수많은 예술가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산다. 그리고 그게 자유로운 영혼이니 감성이니 자위한다. 중요한 건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 내키는 걸 담아내는 것이다.

*자동차를 가게 하는 건 검정원유가 아니라 정제된 휘발유다. 아무리 엄청난 양의 원유라도 정제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예술에서 원유는 감성이요, 정제기술은 이성이다. 원유량만 풍부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는 그걸 알아야 한다.

*예전엔 감성을 감성으로 나르는 것이 최고 예술의 경지인 줄 알았다. 근데 그 윗단계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감성을 이성으로 나르는 것이다.

*나이는 45살이고 영화배우가 된 지 25년 됐다. 처음 시작할 땐 내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된다는 거, 인기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 내게 지난 25년은 기적이다. 그리고 세상에 감사한다.

*제게 설렘이 사라지는 순간 영화를 그만둬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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