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30개월이 지났다. 쇼박스 홍보팀에 합류해서 처음 들어간 영화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였다. 기자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근무시간에 영화를, 그것도 아직 개봉도 안 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친구들한테 문자메시지로 자랑했다. 애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점심시간 때 옆 테이블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추격자> 얘기를 나눌 때 진짜 뿌듯했다. 쇼박스에 들어와서 행복했다.
영화가 한편씩 지날 때마다 업무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실감했다. 처음에는 기사 모니터링만 했는데, 곧 보도자료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보도자료를 쓰는 일도 많아졌다. 홍보마케팅 회의에도 투입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네이트온과 MSN엔 리스트가 두배로 길어졌으며,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500명을 돌파했다. 술자리는 잦아졌고, 시사회에 가면 인사를 나누는 기자들도 늘어났다. 부산영화제의 거친 폭탄주 파도도 두 차례나 견뎌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드디어 한 영화의 실무담당을 맡게 됐다.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 부장님과 대리님께서 감독을 해주시지만, 담당을 맡게 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엔 설레고 살짝 흐뭇했었다. 근데 막상 담당이 되니 홍보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됐다. 온 국민의 시선이 천안함 사태와 칸영화제, 그리고 남아공월드컵 예선에 집중되어 있는 시점에서 한편의 영화에 언론의 조명과 대중의 시선을 받게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다.
입사한 지 30개월이 지났다. 시사회에서 영화 봤다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내일은 래핑보아의 전우들과 더 열심히 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