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가로등 하나 없다. 인적은 당연히 드물다. 오로지 밤안개만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가 숙일 뿐이다. 온 천지가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데 유독 한곳만 밝게 빛나고 있다. 학교다. 조명에 비친 건물 외벽이 유난히 앙상해 보인다. 지난 5월19일 <고死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성사중학교의 밤 풍경이다.
고요한 바깥과 달리 학교 복도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로 아수라장이다. “계속 웅성웅성, 우왕좌왕해야 해.” 유선동 감독은 배우들에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계속 요구한다. 슛 들어갈 때마다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복도 이리저리를 뛰어다녀야 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극중 처음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이라는 박선영 프로듀서의 귀띔은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작은 단서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전편인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를 떠올려보자.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아이들은 시험문제를 풀어야 한다. 속편 역시 누군가가 먼저 죽는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더 화려한 캐스팅과 더 잔인해졌다는 것.
전편을 의식해서일까. 아니면 첫 스크린 연기가 부담스러워서일까. ‘어리버리한 교생 은수’ 역의 황정음과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관우’ 역의 윤시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공포영화인데다 학생들을 이끄는 캐릭터다보니 <지붕 뚫고 하이킥!> 때와 다를 것”이라는 게 황정음의 말이다. 반면 인기 걸그룹 티아라의 지연은 씩씩하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다. 극중에서 ‘죽음의 결정적인 단서를 가진 세희’를 연기하는 지연은 “평소 노래와 연기를 함께하고 싶었다. 기회가 와서 너무 좋았고 점점 연기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고 첫 연기의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 ‘차 선생’ 김수로가 있다. 전편의 이범수가 맡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얘들아 집중해서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 “내가 (연기를) 할 동안 너희들도 함께 리액션을 해줘야지” 등 현장에서 김수로는 삼촌처럼 어린 배우들을 노련하게 이끈다. 최근 영화 <울학교 이티>, 드라마 <공부의 신> 등 선생님 역을 주로 맡았던 터라 식상할 법도 한데 그는 “이번에는 웃음을 완전히 버린 역”이라며 이전 캐릭터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미스터 주부퀴즈왕>(2005)을 연출한 유선동 감독은 “<에이리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고유한 색깔을 가진 프랜차이즈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는 5월 말까지 촬영한 뒤 후반작업을 거쳐 7월 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