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어머, 아직도 월급 따윌 걱정해요?
2010-06-23
글 : 김도훈
어머, 아직도 월급 따윌 걱정해요?

드디어 만났습니다, 브래드쇼씨. 제가 댁을 너무너무 만나고 싶어서… 꽤엑! 꺅. 대체 왜 그러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호커스 포커스>의 마녀인 줄 알았어요. 자연스럽게 나이 드시는 것도 좋지만 보톡스라도 좀 하고 나오시지. 저야 마녀로 착각하고 말았지만 <블랙 뷰티>의 말이 나온 줄 알고 “이랴!” 하며 브래드쇼씨 엉덩이를 치는 남자도 있을지 모르잖아요.갑자기 웬 말 이야기람.

모른 척하시다니. 거울도 안 보는 여자시군요. 뉴욕 대표 말상이시잖아요. 말상. 게다가 TV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말 더럽게 안 듣는 꼬슬꼬슬한 갈기가 달린 말이랑 자기를 동일화하는 장면도 있었으면서.말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에요. 말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섹시한데. 게다가 말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상징이기도 하죠. 에르메스. 들어는 봤어요?

아이고오 자알 알겠습니다, 말상 캐리 브래드쇼씨. 여하간 결혼하고 나니 고충이 좀 많으신가봐요.오우. 맞아요. 우리 뉴욕 여자 고충 참 많아요. 사만다는 노화억제약을 먹고 겨우겨우 버티고요, 샬롯은 애 둘 때문에 자아를 잃어가고요, 미란다는….

미란다는? 미란다는 브루클린으로 이사 가서 힘들어요. 브루클린이라니. 우리 친구로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용하지 뭐야.

브루클린이 죈가요? 그런 논리면 강남 사는 사람들은 마포 사는 인간들과 친구도 못하겠네. 여하간 말이죠, 사만다는 노화억제약에 성형수술할 돈이 있는 프로모션계의 거물이고, 샬롯은 애 하나 낳겠다며 직장도 남자도 버린 어퍼이스트사이드 숙녀고… 팔자 늘어진 언니들 고민 따위 내가 알 게 뭐람.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자신만의 고민이 있게 마련이에요.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전 전셋집 살면서 구두 세일에 환장하던 10년 전의 브래드쇼가 그립긴 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이젠 언니들과 정이 들 대로 들어서 미운 짓만 골라서 해도 대충 눈감고 넘어갈 경지에 이른걸요.근데 질문이 하나 있어요. 어쩜 남자들은 결혼하고 나면 그렇게 느슨해지는지. 연애 시절처럼 소호의 근사한 바에서 데이트도 하고 싶은데 집에 앉아서 치킨이나 뜯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화딱지가 눌러앉아요 진짜.

어쨌거나 미스터 빅과 결혼하고 나서 카드 연체 고민없이 할부 고민도 없이 마놀로와 지미 추와 루부탱은 원없이 사셨잖아요? 전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드리스 반 노튼의 구두 한 켤레를 살까말까 열흘을 고민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관뒀는데.어휴. 월급 따위 또 벌면 되지 뭘. 좀 쿨하게 질러봐요.미국 <보그>에 단어당 3달러짜리 칼럼을 연재하는 신세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쿨하지 못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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