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원작자 짐 톰슨은 누구인가.
1906년생, 1977년 사망. 짐 톰슨은 대시엘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뒤를 이은 2세대 범죄 소설 작가 중 대표주자로 손꼽힙니다. 어린 시절부터 호텔 벨보이로 일한 짐 톰슨의 명성은 굉장했는데, 금주법 시대 호텔 투숙객의 은밀한 요구를 잽싸게 충족시켜주는 데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는 투숙객을 위해 밀주를 반입했고 헤로인과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원래 봉급은 한달에 15달러였지만 가외 수입으로 일주일에 300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 뒤 석유채굴회사, 타블로이드지, 비행기 공장, 공산당 등에 몸담았던 짐 톰슨은 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가 쓴 단편들은 신문기사로 실린 실제 범죄사건을 ‘범죄자 시점’에서 재구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1952년 마침내 장편 <킬러 인사이드 미>(한국 번역제는 <내 안의 살인마>)가 출간되었고, 이후 50년대 중반까지 그의 대표작 <야만의 밤> <여자의 지옥> <팝.1280> 등이 쏟아져나옵니다. 한물갔다고 여긴 펄프 픽션 장르를 ‘순수 문학’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며 평론가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지만, 대대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고요. 80년대 들어 그의 작품들이 재출간되면서 비로소 평가는 수직상승했습니다.
Q2. <킬러 인사이드 미>의 영화화 작업이 파란만장했다던데.
<킬링>과 <영광의 길>의 각색 작업을 함께하며 짐 톰슨과 연을 맺은 스탠리 큐브릭은 <킬러 인사이드 미>를 두고 “범죄자의 비뚤어진 마음을 다룬 가장 소름끼치고 핍진성있는 1인칭 소설”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계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당대의 스타들을 내세우며 영화화를 욕심냈지만, 연쇄살인범의 냉담하고 왜곡된 1인칭 시점과 충격적인 폭력 묘사 때문에 번번이 불발에 그쳤습니다. 이십세기 폭스사는 1956년 말론 브랜도(루), 마릴린 먼로(조이스), 엘리자베스 테일러(에이미)를 고려했지만, 마릴린 먼로의 예기치 않은 죽음 이후 무산됐죠. 1976년 버트 케네디가 연출을 맡은 범작 <킬러 인사이드 미>에서는 스테이시 키치(루), 수잔 타이렐(조이스), 타이샤 스털링(에이미)이 출연했어요. 80년대 중반 톰 크루즈(루), 브룩 실즈(에이미), 데미 무어(조이스)의 캐스팅 소문이 퍼졌지만 성사되지 못했고요. 90년대 중반에는 <펄프 픽션>으로 떠오른 ‘신성’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연출 의뢰가 들어갔습니다. 타란티노는 원작을 완전히 해체한 다음 전혀 새롭게 재구성하는 시나리오를 썼고, 브래드 피트(루)와 줄리엣 루이스(조이스), 우마 서먼(에이미)의 캐스팅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9·11 사태가 발발하면서 <킬러 인사이드 미>의 명백한 폭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결국 영화화는 미뤄졌습니다. 2003년 앤드루 도미닉(<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루), 샤를리즈 테론(에이미), 드루 배리모어(조이스)에게, 마크 로코는 케이시 애플렉(루), 리즈 위더스푼(에이미), 매기 질렌홀(조이스)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낸 바 있습니다.
Q3. 짐 톰슨 원작의 또 다른 영화는.
베르트랑 타베르니에는 <팝.1280>을 각색하여 <대청소>(1981)를 만들었습니다. <여자의 지옥>도 알랭 코르노가 <세리 누아르>(1979)라는 제목으로 연출했고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짐 톰슨 원작 영화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샘 페킨파의 <게터웨이>(1972), 스티븐 프리어스의 <그리프터스>(1990)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제임스 폴리의 <애프터 다크, 마이 스위트>(1990)과 스티븐 셰인버그의 <힛 미>(1996) 등은 상대적으로 좀 그래요.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는 차기작으로는 큐브릭이 연출하고 싶어 했지만 시나리오가 분실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던 <체포되지 않은 미치광이>가 꼽힙니다. 큐브릭 사후 시나리오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배우가 누굴까요? 샘 록웰(흐음)과 스칼렛 요한슨(으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