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나로 기억되는 배우의 기분은 어떨까. 그런 문제라면 케이트 허드슨만큼 정확한 답을 해줄 이도 드물다. 21살, <올모스트 훼이모스>에서 록가수를 추종하는 발랄한 그루피 소녀 페니 레인을 연기하면서 허드슨은 ‘진짜’ 배우가 됐다. 덕분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골디 혼의 딸’이 아닌 ‘엄마가 골디 혼’인 배우로 인식될 수 있었다. 오 마이 갓!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이후의 행적은? 13살 차이의 크리스 로빈슨과 결혼했고, 6년 만에 파경했고, 최근엔 6개월 만에 만난 록스타 매튜 벨라미와 두 번째 결혼을 발표했다. 참,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준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로맨틱코미디의 건강하고 매력적인 금발 미녀가 된 적도 있었다.
문제는 그녀를 떠올리려면 끊임없이 <올모스트 훼이모스>를 언급해야 했고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을 상기해야만 했다는 것. 그러니 마이클 윈터보텀의 스릴러 <킬러 인사이드 미>의 출연은 허드슨 스스로, 변화에 뜻이 있음을 외치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살인본능을 숨기고 사는 남자에게 구타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희생양 에이미는 어느 모로 보나 환한 미소의 허드슨과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레드 립 컬러에 미디엄 웨이브 헤어, 50년대 클래식 룩이라는 관능적인 차림새로 허드슨은 철저하게 에이미에 빠져든다. 얼마 전 가슴성형을 두고 사람들은 전 남친의 변심 때문이라 해석하지만, 역시 그녀는 건강미인 대신 좀더 성숙한 연기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