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딕]
우리나라 비보이가 출연하면 우승?
2010-08-03
글 : 장영엽 (편집장)
<스텝업 3D>에서 다루는 댄스의 세계에 대해 알아봅시다

Q1. <스텝업 3D>의 주인공 ‘해적팀’ 멤버들이 월드잼이라는 대회에 출전하잖아요. 이건 실제로 있는 대회인가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월드잼’은 영화 속의 가상대회입니다. 하지만 월드잼을 닮은 세계 댄스 배틀 대회는 실제로 존재하지요. 대표적으로 비보잉 댄스 경연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 대회는 1990년 독일 하노버에서 아홉팀의 크루와 400명의 관객을 두고 조촐하게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1만명이 훌쩍 넘는 관객 수를 자랑하는 권위적인 대회가 되었답니다. 배틀 오브 더 이어의 위상은 한국 비보이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보통 한국의 유명 비보이팀을 조명하며 언론이 ‘세계적인 실력의 비보이 크루’라는 말을 쓰잖아요. 열에 아홉은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좋은 결과를 낸 팀을 지칭하는 겁니다. 한국의 비보이팀들은 2002년 익스프레션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승은 놓쳤지만 비주얼 쇼크, 갬블러, T.I.P 등의 댄스 크루들이 매년 준결승 혹은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죠. <스텝업 3D>의 영화 속 배틀대회에서 유독 태극기를 손에 든 관객이 자주 눈에 띄죠? 이건 한국 댄서들의 높은 위상을 반영한 설정일 겁니다.

Q2. 솔직히 춤을 잘 모르는 제 눈엔 다들 잘 추는 것 같은데…. 댄스 배틀대회에서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춤을 평가하는 거죠?
A.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배틀 오브 더 이어’ 홈페이지(www.battleoftheyear.de)의 평가 기준을 읽어봤어요. 이에 따르면 심판들은 다섯 가지의 기준에 따라 댄서들의 춤을 평가한다고 하네요. 반응(response), 루틴(routine), 전략(strategy), 태도(attitude), 신체적인 접촉(voluntarily touching)이 그 기준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본 동작보다는 응용 동작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안무를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고, 전략- 이를테면 화려한 안무부터 시작해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을지, 아니면 절정 부분에서 실력을 발휘할지- 또한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접촉 금지! 상대방을 도발하는 ‘안무’는 대회를 더 재미있게 만들지만, 신체적인 접촉은 실격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스텝업 3D>의 결승전에서 해적 팀과 사무라이 팀이 벌이는 몸싸움은 실제 대회에서 실격감이었던 거죠.

Q3. <스텝업 3D>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배우인가요, 전문 댄서인가요?
A. 어떤 이들은 무용을 심화학습한 배우이고, 어떤 이들은 춤만 전문적으로 추는 댄서이니, 반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 무스(애덤 G. 세반니)는 댄서가 맞습니다. <스텝업2: 더 스트리트>에 17살의 나이로 출연했던 세반니는 윌 스미스와 T-Pain 등의 뮤직비디오에 백댄서로 출연한 경력이 있는데요. 힙합, 재즈, 탭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구사할 줄 알며 직접 안무까지 짠다고 하네요. 한편 미국의 인기 리얼리티 쇼 <소 유 싱크 유 캔 댄스>를 즐겨본 시청자라면 반가운 얼굴도 있을 겁니다. <소 유 싱크 유 캔 댄스>의 시즌4 우승자 조슈아 앨런이 출연하기 때문이죠. 유머러스한 매너와 춤솜씨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앨런은 영화 속에서 사무라이 팀의 일원으로 출연합니다. 해적 팀과의 결승 배틀에서 세반니와 대결을 펼치는 그의 모습을 놓치지 마세요. 또 시즌1의 제라드 헤인츠, 시즌2의 아이반 쿠마예프, 시즌3의 세드린 가드너 등의 조연 연기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대체 <소 유 싱크 유 캔 댄스>와 <스텝업 3D>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건 영화의 제작자 애덤 솅크먼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네요. 영화판 <헤어스프레이>의 감독이기도 한 솅크먼은 <소 유 싱크 유 캔 댄스>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스텝업> 시리즈의 제작을 1편부터 맡아온 사람으로서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의 댄스 신동들을 캐스팅하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닐까요.

Q4. 그런데, 뭔가 아쉬워요. 이렇게 많은 댄서들이 모였는데…. 영화 끝나면 다들 헤어지는 건가요?
A. 오지랖이 넓으시군요. 그러나 좋은 질문입니다. <스텝업2> 또한 연출했던 <스텝업 3D>의 감독 존 추는 2편을 마치고 댄서들을 다룬 노하우를 살려 댄스 그룹을 만들었어요. 힙합, 재즈, 탭댄스 등 다양한 춤을 구사하는 댄서들을 모아 만든 이 그룹의 이름은 ‘the Legion of Extraordinary Dancers’, 짧게 불러 LXD입니다. 존 추는 이들을 데리고 인기 미드 <글리>의 라이브 투어, 2010 아카데미 어워드 등에서 공연 무대를 진행했다고 하네요. 물론 이들이 <스텝업 3D>의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고요.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