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조원희·김상화] 천호진과 유해진, 두 배우의 힘
2010-08-25
글 : 강병진
사진 : 백종헌
<죽이고 싶은> 공동연출자, 조원희·김상화 감독
왼쪽부터 김상화, 조원희 감독

영화 <죽이고 싶은>의 공동연출자인 조원희, 김상화 감독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영화기자와 방송작가를 거쳐온 조원희 감독과 케이블 드라마 연출을 했던 김상화 감독은 오랜 시간 서로의 취향을 맞춰왔고, 그 결과물로 <죽이고 싶은>을 내놓았다. 병실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한정된 공간과 빠듯한 제작비에도 긴장감과 유머를 잃지 않는 작품이다. 두 감독 모두 “운 좋게 영화연출의 기회를 잡은 터라 기쁜 한편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게 앞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죽이고 싶은>에는 야구 마니아, 그중에서도 롯데 팬들이라면 잊지 못할 순간이 등장한다. 두 감독 모두 롯데 팬인가.
조원희 둘 다 부산 출신이다 보니…. (웃음) 김상화 감독은 사회인 야구팀 활동도 하고 있다.
김상화 지난 ‘888577’(2001년부터 2006년까지 롯데의 최종순위)의 암흑기 동안 응원팀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바꾸지 못하는 게 롯데 팬의 특징 같다. (웃음)

- <죽이고 싶은>의 구상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조원희 아버님이 5년간 뇌졸중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들이 우울증과 정신분열을 같이 겪는다고 하더라. 하루는 나에게 귓속말로 하시는 말씀이 “사람들이 날 죽이려 한다”는 거였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만약 이게 진짜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김상화 처음에 조원희 감독과 둘이서만 이야기할 때는 지금보다 더 작은 규모의 단편으로 기획했다. 지금처럼 과거의 기억이나 인간관계 없이 정신적인 착란에 의해 벌어지는 일을 5분에서 10분 정도로 만들까 했었다.

- 영화에서 두 남자는 병실에 있는 갖가지 도구를 무기 삼아 대결을 벌인다. 두 감독이 실제 시연을 해보면서 시나리오를 썼을 것 같았다.
조원희 실연해봤다. (웃음) 그중에서 뺀 것도 더러 있다. 팬티 고무줄을 빼서 새총을 만들어 싸우는 설정도 있었고, 창문 밖의 태양빛을 돋보기로 모아 상대방을 태우는 것도 있었다. 영화의 전체 톤이랑 안 맞을 것 같아서 뺐다. 배우들의 매력을 고민했을 때, 잔재주처럼 보일 것 같더라. 그리고 스타킹에 비누를 넣어서 때리는 건 <트윈픽스>에 대한 오마주다. (웃음)
김상화 휠체어에 달린 링거 대를 뽑아서 중세기사처럼 싸우는 것도 있었다. 그건 좀 아깝더라.

- 천호진과 유해진의 연기가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조원희 우리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다. (웃음)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바꾼 게 있는데, 덕분에 더 나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만큼 <죽이고 싶은>은 배우의 힘이 영화를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 영화의 배경은 1984년이다. 굳이 이 시대를 설정한 이유가 있나.
조원희 이야기에 맞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현재의 병실, 그리고 1940년대의 병실도 생각했는데, 이들이 싸우는 풍경을 위해서도 80년대가 어울릴 것 같더라. 사실 원래는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두 사람의 원한과 관계되어 있는 걸로 설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최대한 열어두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더라.
김상화 현재에서 벗어나면 일단 제작비가 불어나는데, 우리 영화는 시대를 어디에 놓든 그런 부담이 없었다. 천호진 선배님은 왼쪽과 오른쪽,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 대한 빈정거림으로 읽히는 게 있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웃음)

- 영화의 반전이 아쉬운 부분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결하려고 우격다짐으로 몰아 넣은 듯한 느낌이다.
김상화 나름대로 노력한 건 뜬금없는 반전이란 욕은 듣지 말자는 거였다. 할리우드영화를 보면 복수를 다짐한 존재의 이미지가 사이코패스에 가깝게 나온다. 일단 그런 이미지는 없애려고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 무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감정적인 묘사를 죽이고자 했다.
조원희 아주 간단한 구조에서 반전을 생각했다. 능란한 리듬감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게 마지막 복수의 느낌을 덜 전달되게 한 게 아닌가 싶다. 아예 반전을 없애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가 크랭크인까지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때라 다시 고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학교 선후배 사이로서 그동안 구상한 시나리오도 여러 편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함께 연출을 할 계획인가.
조원희 기획 단계에서 머리를 맞댈 수는 있지만, 시스템상 공동연출이 쉽지는 않다.
김상화 일단 개런티가 2인분이 아니기 때문에…. (웃음) 그동안 함께 써놓은 시나리오는 몇편 있다. 할 수 있으면 시나리오만 넘기거나 둘 중 한 사람이 감독으로 참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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