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SS501 멤버로 데뷔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의 외모를 칭찬했다. 처음엔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는 아이돌의 느낌이 강했다. 예쁘장하게 포장된 상품으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전시됐었으니까. 김현중, 그가 조금은 특별한 아이돌로 비쳐지게 된 건 아마도 가상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뒤부터인 것 같다. 아이돌답지 않게 솔직한 말과 행동 그리고 독특한 사고방식. 그건 단순히 대중 앞에서 망가지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김현중은 자신의 머리를 굴려 몸을 움직이는 아이돌이 되려 했다. 꼭두각시가 아닌 자신의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
승조, 지후, 그리고 김현중
그런 그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연기를 시작했을 때, 섣불리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이 되려는 건가 싶었다. 드라마는 화제가 됐지만 김현중의 연기는 도마에 올랐다. 김현중은 윤지후라는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붕 떴다. 어색한 말과 행동. 스스로도 “모든 게 아쉬웠다”고 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리고 다시금 기회가 찾아왔다. 9월1일 첫 방송되는 <장난스런 키스>의 주연 자리.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긴장되지만 나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즐기는 편이다.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윤지후와 상반되는 쿨한 모습의 백승조라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꽃보다 남자>에선 F4와 함께였지만 <장난스런 키스>에선 혼자라 부담도 크다. <장난스런 키스>는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천재 백승조와 평범하지만 한없이 긍정적인 오하니(정소민)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김현중이 맡은 백승조라는 캐릭터는 한마디로 “재수없으면서도 매력있는 싸가지”다. “승조는 다른 사람 기분이나 처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면 운동이라도 못해야 하는데 승조는 운동도 잘한다. 왜 대개 학교의 전교 1등은 몸이 약하지 않나.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그래서 남에게 재수없어 보인다. 하지만 승조는 자의든 타의든 한번 약속한 일은 꼭 지키는 의리파다. 매사에 시큰둥한 것 같지만 티를 안 내는 것뿐이지 가족이나 주변 사람 생각도 하는 남자다.”
김현중은 윤지후와 백승조, 두 캐릭터를 비교했다. “지후는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고, 할아버지와도 떨어져 살았고, 사랑도 이루지 못했다. 반면 승조는 늘 1등이다. 하니를 만나면서 꿈도 찾게 된다. 지후가 트라우마 보이라면 승조는 프라이드 보이다.” 둘 다 “외모, 실력, 재력까지 갖춘” 어딘지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건 마찬가지다. 원작이 순정만화이다 보니 윤지후도 백승조도 지나치게 멋있고, 이유없이 잘난 것이리라. 축구와 함께 만화책도 좋아하는 김현중은 <장난스런 키스>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는 출연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미리 “동네 만화방에서 빌려” 만화책을 읽었다고 했다. “사실 이런 눈 큰 주인공이 나오는 로맨스물을 특별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워낙 인기있는 만화여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드라마 제작 소식을 듣고 보게 됐다. 만화를 보면서 내가 출연하면 누구랑 제일 잘 어울릴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오키(백승조)도 됐다가, 킨노스케(봉준구)도 됐다가, 코토코(하니)도 됐다가. (웃음)”
난 외롭지 않다
순정만화 남자주인공은 현실에선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김현중의 얼굴은 아마도 캐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재 김현중은 백승조와 많이 다르다. “닭살스러운 것, 낯간지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컷’ 소리가 나면 닭살을 쓸어내릴 때도 있다. 나는 승조처럼 천재가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완벽하게 백승조가 되려고 한다.” 백승조로 사느라 최근엔 “좋아하는 축구도 못할 정도”라고 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새벽에도 축구를 하러 간다. 요즘은 거의 매일 촬영이라 축구를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다가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된 김현중은 여러 번 서태지를 존경한다고 말해왔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고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어쩌면 그의 애초 꿈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까지 흘러왔다. 발을 담근 이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누구보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한다. 좋은 음악으로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 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배우로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더 자라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아직 배우라 불리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배우로서의 길을 걷든 가수로서의 길을 걷든, 그 길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생활을 반납한 대신 얻는 것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오랜 시간 알아온 친구도 있고, 일하면서 만난 좋은 사람도 많고,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팬도 무지 많다. 난 외롭지 않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