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고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프레데터 양반. 저는 사냥감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죠?
=(입을 쩌억 벌리고 점액을 뚝뚝 흘리며) 쩝. 별로 아쉽지도 않습니다. 저희는 비교적 동등한 힘을 지닌 강한 지구인만을 사냥합니다. 지구인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저희는 곰사냥을 하러 온 거지 멸치 낚시를 하러온 건 아니란 소리죠.
-멸치와 비교당하는 게 영 섭섭하긴 하지만 여하튼 다행이긴 하군요. 요즘 사냥은 재미가 좋으십니까?
=영 별로예요. 점점 지구인들이 멕아리가 없어져서…. 아무래도 환경 호르몬 탓인 것 같기는 한데, 아놀드 슈워제네거 타입의 사람 남자가 20여년 전보다 현격하게 줄어든 것 같더군요.
-환경 호르몬 탓이라기보다는 지구인의 미적 감수성이 발전한 덕이기도 하겠죠. 요즘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님처럼 스테로이드 맞아서 캘리포니아 여자들 가슴처럼 부풀어오른 몸보다는 운동을 한 듯 안 한 듯 잔근육이 많은 몸매가 대세거든요.
=그런데 기자 양반은 왜 잔근육이 없으신가?
-전 잔근육도 없지만 잔지방도 없습니다. <씨네21>의 헤로인 시크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해두죠. 근데 이건 DJUNA라는 평론가의 말을 인용하는 건데요.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능력을 사냥 스포츠 따위에나 쓰는 여러분이 좀 한심하답니다. 제발 그 창 좀 겨누지 마세요.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라니까, 이 양반아.
=누군지 당장 이 자리에 좀 데려와보시죠.
-저도 몰라요. 우리는 메일과 트위터로만 청탁 서신을 교환하는 진한 사이인걸요. 여튼 왜 그런 기술을 사냥에나 쓰면서 허비하세요?
=그럼 지구인은 그렇게 발달한 기술로 왜 멀쩡한 강이나 뒤집고 그런답니까?
-아놔. 생각만 해도 부끄러우니 다른 화제로 걍 넘어갑시다. 다들 30여년 전보다 덩치가 좀 크더라고요. 아… 하긴, 요즘 고등학생들 보니 평균 키가 내 고딩 시절보다 한뼘씩은 더 크더라만. 프레데터족들도 종자 개량이 잘되어가는 편인가봐요?
=그렇죠. 우리는 지구인보다 훨씬 과학적으로도 발전한 종족이다보니 종자 개량 속도도 비교적 빠른 편이죠.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에일리언족은 어떻게 번식을 하는지 지구인도 이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레데터족은 어떤 방식으로 번식을 하나요?
=우리도 똑같아요. 우주를 돌다가 다른 사냥팀에서 온 이성 프레데터도 만나고, 같이 사냥하다보면 정도 들고 그래서 결국 혼인신고도 하고.
-놀랍습니다! 그럼 프레데터족은 이성의 어떤 면에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건가요? 한국을 예로 들자면,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이거 왠지 정치적으로 아주 불공정하게 들리긴 하지만….
=우리는 입을 쫘악 벌렸을 때 나오는 송곳니가 가장 날카로운 여자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웩.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데. 그게 예뻐요? 막 송곳니와 잇몸 사이로 점액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 막 흥분되고 그래요? 진짜 그래요?
=으음… 그… 그게….
-이 사람아. 왜 말을 못해! 그런 여자가 바로 내 여자다. 왜 말을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