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에노 주리] 꺄보~ 한없이 유쾌하고 싱그러운 자체발광 그녀
2010-09-13
글 : 이주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노다메 칸타빌레 Vol.1>로 세번째로 한국을 찾은 우에노 주리

“한창 노다메를 연기할 무렵에는 모두가 나를 노다메로 봤다. 나 역시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에 나가면 노다메와 닮은 모습을 보여줬다. 머리도 노다메처럼, 옷도 노다메처럼. 노다메가 일상의 나를 침략했고 이겨버렸다.” 우에노 주리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스윙걸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무지개 여신> <구구는 고양이다> <나오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등 참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를 얘기할 때 맨 처음은 언제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되고 만다. 노다메는 입을 삐죽 내밀고 피아노를 친다. 사투리를 섞어 말하고, 므꺄, 꺄봉 같은 이상한 소리를 곧잘 내지른다. 치아키의 허락도 없이 치아키의 아내인 양 행세하기도 한다. <노다메 칸타빌레> 이전까지 수줍고 새침하고 귀여웠던 우에노 주리는 순식간에 지저분하고 음흉하고 뻔뻔한 여자로 변신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자인 만화가 니노미야 도모코도 우에노 주리가 연기한 노다메에 반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 Vol.1> 개봉을 앞두고 9월1일, 우에노 주리가 한국을 찾았다. 그녀는 한국에 오자마자 여러 개의 인터뷰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즐기듯 인터뷰에 응했다. 매니저가 시간을 재촉하자 오히려 더 긴 답변을 들려줬다. 우에노 주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해서 혹여나 일본에서 비행기가 못 뜨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
=비행기가 좀 흔들렸다고 하던데, 난 자고 있어서 흔들리는지도 몰랐다.

-전에도 몇번 한국을 찾았다.
=<스윙걸즈>로 한국에 왔는데, 그때 무대 인사를 10군데 정도 돌았던 기억이 난다. 지지난해엔 <구구는 고양이다>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4년 가까이 노다메로 살았다.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도 그렇고, 노다메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참 소중할 것 같다.
=다른 캐릭터는 한번 연기하고 나면 다시 그 역으로 돌아갈 일이 없다. 노다메는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생겼다. 게다가 노다메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간다. 내 나이나 상황이 노다메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은 정말 못했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끝내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노다메 칸타빌레 인 유럽>을 찍는다고 해서 또 방송국에 가서 드라마를 찍었다. 이젠 정말 끝났구나 생각하고 다른 일을 했는데 또 영화화가 결정됐다. 드라마를 찍을 때는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것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 처음엔 상상도 못했던 영화까지 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노다메 칸타빌레 Vol.1> 촬영차 유럽 4개국을 돌았다고 들었다. 해외 촬영 소감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체코, 슬로바키아 이렇게 4개국을 돌아다녔는데 영화 전편과 후편을 각각 1개월씩 해외에서 찍었다. 처음엔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일본에선 음식 선택의 폭이 넓었는데, 갑자기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줄어들어서 고생을 좀 했다. 그런데 익숙해지더라. 나중엔 날마다 파스타와 피자를 먹어도 괜찮았다. 단순하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유럽에 화장실이 많이 없다든지, 거리에 쓰레기통이 거의 없다든지 하는 사소한 것들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터키 행진곡>을 완벽하게 연주해서 스탭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던데, 실제 피아노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물론 피아노를 칠 수 있긴 한데, 랑랑(우에노 주리를 대신해 노다메의 피아노 연주를 맡은 피아니스트)씨가 연주한 속도로 치지는 못한다. 어릴 때 피아노를 스파르타식으로 배우지 않고, 좋은 선생님 만나서 즐기면서 배웠다. 영화 속 손 루이처럼 피아노 우등생은 아니었는데,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노다메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연주장면에서 피아노 손 위치는 다 외워서 연기했다.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은 우에노 주리의 어떤 모습을 보고 노다메 역에 캐스팅했다던가.
=감독님이 특별히 나의 어떤 면이 좋았다고 하진 않았고, 프로듀서와 원작자인 니노미야 도모코 등 여러 사람이 나를 좋게 봤던 것 같다. 감독님은 그저 있는 그대로 연기해라, 지금의 네 모습 그대로 연기하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어느 작품을 하든 ‘이 캐릭터는 딱 너야’라는 얘기를 하면서 감독과 프로드셔가 나를 꼬인다. 원작자인 니노미야는 ‘우에노 주리를 사시미처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더라. 끓이거나 조리거나 하지 않은, 요리하지 않은 날생선.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더라.

-본인의 연기에 대한 원작자 니노미야의 반응은 어땠나.
=영화 시사회 때, 쫑파티 때, 드라마 찍을 때 그렇게 세번 정도 만났는데 연기에 대한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내부시사 했을 때 니노미야가 감동했다고, 좋았다고 했는데 원작자의 입으로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기분 좋더라. 어느 정도 내 연기가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만화책은 언제 처음 읽었나.
=드라마 찍기 전부터 <노다메 칸타빌레> 1, 2권이 내 서랍 속에 있었다. <스윙걸즈> 할 때 영화가 음악 코미디 영화라서 영화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음악 코미디 만화인 <노다메 칸타빌레>를 두권 샀다. 그런데 바빠서 읽지는 못하고 서랍 속에 넣어뒀다. 몇년 뒤에 <노다메 칸타빌레>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왔고, 출연 얘기가 오갔을 때 사람들이 만화책을 보라며 건네줬다. 표지가 낯익어서 집에서 찾아봤더니 <스윙걸즈> 때 산 거였더라.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 <그린> 등을 읽고는 니노미야의 팬이 됐다.

-꺄오, 꺄보 같은 노다메의 이상한 언어는 다분히 만화적인 표현이다. 그걸 어떻게 그리 생생하게 연기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노다메어(語)’라는 게 있다. 만화책 끝에 사전처럼 정리돼 있는데, 대본에 쓰여 있지 않아도 ‘노다메어’ 사전을 참고해서 ‘이 부분은 술 취한 것처럼 해야지, 이 부분은 신음소리처럼 해야지’ 그렇게 연기했다. 사전에는 꺄보가 강해지면 꺄봉이 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꺄보와 꺄봉의 차이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런 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노다메의 실제 모델을 만난 적도 있었다. 그분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카메라 용량이 꽉 찬 거다. 그때 그분이 ‘갸하’ 이런 소리를 냈다. 그걸 보면서 ‘노다메어’를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구나, 내 연기가 아주 리얼리티가 없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노다메 칸타빌레>로 호흡을 맞춘 배우 중 자신에게 가장 자극을 준 배우가 있다면.
=다케나카 나오토! <스윙걸즈>에서 나의 선생님으로 출연했고, <워터보이즈>에선 다마키 히로시의 선생님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선 천재 지휘자 슈트레제만이다. 이렇게 인격 변화가 심한 역할을 다케나카만큼 잘해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같이 연기할 때면 또 너무 웃겨서 대사를 다 까먹을 지경이다. NG를 낼 수밖에 없다.

-노다메 캐릭터가 워낙 인상 깊어서 이미지가 굳어지지는 않을까 고민한 적은 없나.
=<노다메 칸타빌레>로 데뷔한 것은 아니니까. 코미디 장르는 즐겁게 웃기면서도 어느 순간 사람을 울린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감정을 마구 오가야 하는데, 그건 연기자로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거나, 아름답거나, 순애보적인 역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어떤 사람들은 ‘쟤는 노다메로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세상엔 훌륭한 프로 연출자와 PD가 많다. 또 다른 연출자와 PD가 나를 새로운 역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거다. 그들이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 캐릭터를 맡겨주기 때문에 노다메가 나를 구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굉장히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쉬지 않고 일하는 건 아니다. 작품을 많이 했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그땐 매니저가 ‘너 이거 할래?’ 그러면 거절 안 하고 받아들였다. 이런 스케줄을 버텨낼 수 있을까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앞으로 가정을 갖거나, 내 생활이 일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되는 때가 온다면 여러 작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현재 대하사극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작품인가.
=<고우>라는 대하사극인데, 오다 노부나가(혼란기였던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무장(武將))의 조카 딸, 고우 공주 역을 맡았다. 보통의 시대극은 남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고우>는 전국시대의 전쟁을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대극이다. 이미 촬영에 들어갔고, 내년 1월 <NHK>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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