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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뒤라스처럼 열정적으로
2010-09-13
영화사 진진의 임진희씨
마르그리트 뒤라스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팔팔통신을 쓰고 있다. 전화를 건 김성훈 기자는 나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이도 되시고….” 이십대의 끝자락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나란 존재가 아주 가치있게 느껴지는 간만의 순간(!)이었다. 수입, 배급, 홍보, 극장 운영까지, 제작만 빼놓곤 은근히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영화사 진진에서 일한 지 벌써 5년째, 그동안 꽤 많은 일을 했다.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하지만 좋은 작품이 분명한 영화들을 개봉시켰고 가끔 성공의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좌절의 아픔도 겪었다. 그리고 이번 달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특별한 영화제를 씨네코드 선재에서 연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기 전까지, 나는 뒤라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몰랐다. 작가이자 감독으로 다방면에 재능이 있었다는 것 정도? 그런데 사진으로 본 그녀는 배우 못지않은 아름다움까지 지닌 여인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어쩐지 질투가 났다. 특히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뒤라스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책 <이게 다예요>(C’est tout)의 한 구절이었다. ‘그는 내게 글을 쓰겠다는 욕망을 주지…. 너는 모든 것의 저자야.’ 도대체 어떻게 죽음을 앞둔 여든한살의 할머니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냔 말이다. 너무나도 열정적인 사랑 고백 앞에 난 내 젊음이 부끄러워졌다. 뒤라스가 사랑하는 이에게 글을 쓰겠다는 욕망을 선물받은 것처럼, 나는 그녀에게 열정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선물받았다.

글·사진 임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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